미국은 물론 세계 곳곳에서 인도계 인사들의 파워가 급부상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인도계 미국인인 아제이 방가 전 마스터카드 최고경영자(CEO)를 세계은행 총재로 지명했다. 인도계 미국인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주재 미 대사가 공화당 대통령 예비후보로 나섰으며 2021년에는 카멀라 해리스가 부통령이 됐다. 미국 뿐 아니라 영국에서도 지난해 인도계 이민자 출신 리시 수낵이 영국 최초의 유색 인종 총리가 됐다.
이 같은 인도계 인사들의 약진은 각국 내 인도계 커뮤니티와의 단순한 파트너십을 넘어서 이들이 본격적으로 정치 무대, 그것도 최고 지위로 약진하는 상황임을 보여준다. 최근 인도 현지 언론인 예스펀잡에 따르면 인도계인글로벌조직(GOPIO)의 회장 토머스 에이브러햄은 헤일리 전 대사를 예로 들며 “헤일리는 우리 커뮤니티가 꾸준히 해온 전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헤일리 전 대사의 아버지는 그녀의 사우스캐롤라이나주지사 취임 당시는 물론 그 후에도 자주 공식 석상에서 붉은 터번을 두른 채 딸 옆에 서서 인도계의 약진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오는 2024 미국 대선 공화당 후보에 도전한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 2023.2.14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미 기자 |
지난 10년간 인는 미국 정치 분야에서 아무런 영향력이 없었다. 하지만 현재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의회 의원 5명(하원 435명 중)을 가지게 됐다.
인도계 미국인 단체 ‘인디아스포라’를 창립한 기업가이자 벤처투자가인 M.R. 랑가스와미는 미국에서 인도계 미국인의 영향력이 극적으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이코노믹타임스에 따르면 그는 인도계 미국인 커뮤니티가 정치, 정부, 기업, 의료계, 학계를 등 모든 분야에서 성장했다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최근에 한 유대계 미국인 작가의 기사가 있었는데, 그는 이제 유대인들의 영향력을 인도인들이 물려받을 때가 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인도계 미국인의 IT분야나 의학 분야 비중이 큰 것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랑가스와미에 따르면 2012년에 인도계 미국인은 인구의 1%에 불과한데 의사 직업 군의 7%, IT분야 인력의 10%를 차지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정치적 영향력은 미미했다. 그래서 인도계 커뮤니티는 지난 10년간 정치 분야의 1% 비중이 되기 위해 애썼고 현재 의회의 1%를 차지하게 됐다.
인도계 미국인의 첫 미국 정계 진출은 1955년 캘리포니아 주 연방 민주당 하원의원으로 당선된 달립 싱 사운드가 처음이었다. 그후 인도계는 미 정가에 반세기동안 진출하지 못했다. 2004년 바비 진달이 루이지애나에서 공화당 하원의원으로 당선되며 50년간의 공백을 깼다. 그리고 16년간 크고 작은 성과가 누적되면서 마침내 해리스가 부통령이 되었다.
기업 부문에서도 인도계 미국인들이 많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같은 IT기업에 인도계 미국인 최고경영자가 많지만 다른 분야의 CEO도 늘고 있다. 랑가스와미는 포춘500기업에 인도계 CEO가 약 60명이라고 전했다. “인구는 1%인데 포춘 500CEO는 10%인 셈”이라고 말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28일(현지시간) 런던 길드홀에서 열린 대도시 시장 연회에 참석해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
미국 학계에서도 약 2만명이 교수로 재직하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인도계 미국인들의 약진의 이유는 여러가지로 설명될 수 있다. 지난해 기준 미국내 인도인 수는 약 400만명으로, 중국인 410만명에 이어 두번째다. 이들은 영국의 식민지배 영향으로 영어 습득에 용이했던 점이 다른 국가 이민자들에 비해 유리했다.
특히 인도계의 약진은 아마도 이들의 높은 교육열 덕분일 것으로 보인다. 인도인들의 80%는 스스로를 힌두인으로 분류한다. 그외 이슬람이나 기독교, 시크교 등이 소수 종교다. 인도 국내는 물론 해외에 나와 있는 인도인들의 대부분을 힌두인으로 봐도 무방하다.
그런데 미국과 영국에 거주하는 힌두인의 학력은 다른 종교인에 비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에 따르면 미국 거주 힌두인의 평균 학력은 15.7년으로 유대인보다 1년 더 길고 미국 성인(12.9년) 보다는 3년이나 더 길다. 즉 인도계가 대학원이나 박사과정을 밟은 전문가들이 많다는 의미다.
영국 거주 힌두인의 학력 역시 평균 13.9년으로 영국 성인 평균(12.2년)보다 1년 이상 길다.
여기에 인도 본토의 눈부신 경제 성장이 인도계 미국이나 영국인들의 뒷배가 되었다. 또 서방의 중국 견제 과정에서 인도계가 더 주목을 받아온 것이 이들의 약진 동력이 되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