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유전자변형작물(GMO)의 위험성을 이유로 자국산 GMO 옥수수 수입을 금지한 멕시코를 상대로 무역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에 돌입한 양측이 좀처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자 중재 재판부를 구성해 무역 분쟁에 대한 책임을 가려내겠다는 뜻이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오는 17일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을 근거로 멕시코의 GMO 옥수수 수입과 관련해 분쟁 조정을 위한 전문가 패널 소집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문가 패널은 멕시코의 옥수수 수입 정책이 협정 내용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임무를 맡는다. 재판부 격인 분쟁조정위원회가 패널 조사를 토대로 멕시코에 분쟁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면 미국은 멕시코산 수입 제품에 손해액 상계를 위한 보복 관세를 합법적으로 부과할 수 있게 된다.
미국과 멕시코는 지난 6월 캐서린 타이 USTR 대표의 요청으로 75일간 공식 협상에 돌입했다. 그러나 양측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합의에 실패했고 이날부로 협상 절차가 만료됐다. 협상을 연장할 수 있지만, 미국은 중재 재판을 거쳐 구속력 있는 결정을 받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는 매년 50억달러(약 6조원) 상당의 옥수수를 미국으로부터 들여온다. 이 중 대부분은 소스나 가축사료로 사용되는 노란색 GMO 옥수수다. 문제는 지난해 11월 멕시코가 GMO 옥수수 수입을 2024년까지 단계적으로 줄이겠다는 입장을 발표하면서 불거졌다.
두번째로 큰 옥수수 수출시장에서 물량을 끊겠다고 하자 미국은 크게 반발했다. 그럼에도 멕시코는 GMO가 토종 품종에 해를 끼치고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GMO 옥수수 식용을 금지하겠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이에 전미 옥수수재배자협회가 나서 바이든 행정부를 상대로 전문가 패널 소집을 촉구했다. 옥수수를 생산하는 미네소타, 위스콘신, 미시간 등 오대호 인근 주는 내년 대선 결과를 좌우하는 지역인 만큼 미 정치권은 농장주들의 항의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결국 합의 대신 제소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분쟁조정위원회가 사안을 심리하게 되면 미국에 유리한 결정을 내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USMCA의 또 다른 당사국인 캐나다가 멕시코의 GMO 수입 금지 조치에 우려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캐나다 농업부와 무역부는 지난 6월 공동 성명을 내고 멕시코의 수입 금지 조치가 비과학적이라며 향후 분쟁 조정 절차가 시작되면 제3자로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은 지난해 7월에도 멕시코가 자국 에너지기업에 특혜를 준다는 이유로 이의를 제기한 바 있다. 75일이 지나도록 협상이 타결되지 않자 같은 해 10월 이를 한 차례 연장했다. 이후 협상은 지지부진한 상황이지만 전문가 패널 소집 요청 역시 나오지 않았다.
무역 분쟁을 겪고 있는 에너지 및 옥수수 문제가 오는 1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별도의 양국 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회담 논의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이번주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공식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