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8개월만에 중국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국무위원장)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양자 회담을 갖고 양국 협력 강화에 뜻을 모으면서 양국 관계의 완전한 회복을 알렸다. 중국 관영 매체를 비롯한 주요 매체들도 북중 정상회담을 주요 뉴스로 보도했다.
5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면에 시 주석이 전날 회담을 가진 7명의 외국 정상과 각각 악수하는 사진을 7장 게재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위치인 왼쪽 상단에 김 총비서와의 악수 사진을 싣고 회담 사실을 전했다.
신화통신, 환구시보, 글로벌타임스 등도 북중 정상회담 사실을 가장 비중있는 양자회담으로 보도했다. 북중 정상회담은 지난 2019년 6월 시 주석의 평양 방문 계기에 이뤄진 5차 회담 이후 6년 3개월 만이다.
보도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회담에서 “북중 양국은 운명을 함께하고 서로 돕는 좋은 이웃, 좋은 친구, 좋은 동지”라며 “김 총비서가 중국을 방문해 중국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한 것은 북한이 2차 세계대전 승리 성과를 유지하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줬고, 중조 양당과 양국이 우호 협력 관계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이어 “중국 당과 정부는 중조 전통 우호를 중시하고 중조 관계를 잘 유지하고 공고히 하며 발전시킬 용의가 있다”며 “국제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이 입장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제 및 지역 문제에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고 공동 이익을 수호해야 한다”며 “북한과의 고위급 교류와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 당과 국가를 다스리는 경험 교류를 심화해 상호 이해와 우정을 깊게 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각 계층의 상호 작용을 긴밀히 하고 각 분야에서 실질적 협력을 전개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에 김 총비서는 “국제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조중 간 우호적인 감정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조중 관계를 지속적으로 심화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우리의 확고한 의지”라고 화답했다.
김 총비서는 또 “북한은 중국과 양당 및 양국의 각 계층 교류를 긴밀히 하고 당 건설과 경제 발전 등의 경험을 교류해 북한의 당과 국가 건설 사업 발전을 지원할 용의가 있다”며 “양국의 상호 이익과 경제 무역 협력을 심화해 더 많은 성과를 거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한반도 문제에 대해 중국의 공정한 입장을 높이 평가하며 유엔 등 다자 계기에서 조정을 강화하고 양측의 공동 및 근본 이익을 잘 보호하기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다자외교 무대에 데뷔한 김 총비서에게 극진한 예우를 제공했다. 열병식이 개최된 톈안먼 광장 망루에 오를 땐 김 총비서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시 주석의 옆에 섰고 의전 관례상 통상 국빈급 방문 일정에 포함되는 단독 만찬을 가졌다.
정상회담에도 시 주석을 비롯해 서열 5위 차이치 중앙판공청 주임, 왕이 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 왕원타오 상무부장 등이 배석했다. 이는 북한이 ‘정상 국가’이자 ‘국제 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중국 측 의도가 포함됐을 것으로 보인다.
북중 정상회담 회담 내용과 보도 형식 등에 비춰봤을 때 김 총비서의 방중 및 회담을 계기로 북중 관계가 본격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수년간 북중 관계는 북러가 밀착하는 사이 상대적으로 소원해졌었다. 또한 중국은 향후 예상되는 북미 대화를 앞두고 한반도 문제에서 영향력을 강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왕성 지린대 국제정치학과 교수는 “김 총비서가 중국 정부의 초청으로 열병식에 초청받아 중국을 방문한 것은 북한 정부가 북중 우정과 미래 관계 발전을 매우 중시하고 있으며 높은 정치적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가 필요로 할 때 최고 수준의 정치적 지원을 제공함을 보여준다”며 “한·미·일에 북중 관계가 양측 외교 정책의 우선순위임을 보여주는 동시에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의 대체할 수 없는 중요성을 부각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