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정찰풍선’ 사건을 축소하려 할수록 더욱 악화하는 모양새다. 10일(현지시간) 중국 정부의 일관성 없는 메시지가 사태 진전에 도움 되지 않는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나왔다. 미국의 제재 공세까지 더해지면서 미·중 갈등의 골은 한층 깊어질 전망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국방부 중국 담당 관료 출신 드류 톰슨 싱가포르 공공정책대학원 선임연구원은 이날 중국의 풍선 사건을 최소화하려는 시도에 대해 “우리는 이번 사건이 작은 사건으로 끝날 단계는 지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톰슨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일관성 없는 메시지’에 대해 주목했다. 그는 “중국의 일관성 없는 메시지는 본의 아니게 (미국과)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며 “풍선 관련 기업 공개 거부, 불성실한 성명과 같이 근본적으로 중국 메시지의 신뢰성 부족은 상황의 안정을 주지 못하고 불편함을 야기한다”고 짚었다.
중국 정찰풍선 사건은 지난 1일 미국 서북부 몬태나주 상공에서 처음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당초 중국 정부는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자국산임을 인정하고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군사용이 아닌 ‘기상관측용’이라고 거듭 주장하며 사건을 최소화하고자 했다. 당시 미국도 자국민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사건은 유야무야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미 당국은 지난 4일 F-22 전투기를 동원해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해안 영공에서 풍선을 격추하면서 중국의 심기를 건드렸다. 격추된 잔해를 수집 분석한 결과 중국 풍선이 최근 몇 년간 전 세계에서 최소 24차례 군사 정찰 임무를 수행한 것으로 결론내렸다. 미 상무부는 전날 풍선 관련해 중국 인민해방군(PLA)의 항공우주 프로그램 지원 6개 기관을 무역 제재 대상에 추가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30일 정례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 News1 강민경 기자 |
수세에 몰리자 중국은 대미 공세로 태세를 전환해 메시지의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사건 발생 초기 유감을 표했던 중국 정부 메시지는 미국이 과장과 위선을 반복하고 있다며 ‘비난’하는 방식으로 흘러갔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의 중국에 대한 “순수한 정치 공작”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어떠한 풍선도 알지 못한다”며 “아마도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벌여온 정보·여론전의 일부일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국방부는 전날 양국 국방장관 전화 통화에 대한 미국의 제안을 거절하고 성명을 통해 미국의 풍선 격추를 “무책임하고 심각한 실수”라고 꼬집었다.
중국 정치 전문가들도 대미 강경 노선을 견지했다. 셴이 상하이 푸단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칼럼을 통해 “중미 관계가 양성적이고 건강한 발전 궤도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이에 대한 주요 책임은 미국이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진짜 얼굴을 조금 드러냈다”고 덧붙였다.
NYT는 “중국은 풍선이 기상 관측용이라며 미국이 과잉 반응한다고 주장하며 사건을 무마하려 했으나 미국의 경고와 비난 수위가 고조됨에 따라 (중국의 최소화) 전략은 점점 더 압박받게 됐다”고 했다.
이어 “중국을 어색하고 때로는 자가당착적인 입장으로 내몰고 있다”면서 결국 “중국 정부는 더욱 (미국에) 대립적인 어조를 채택하면서 사건은 확산할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그렇게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분명해졌다”고 신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