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 12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시험발사를 ‘정당방위권 행사’라며 “그 누구도 시비할 명분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김 부부장은 14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가장 적대적이며 가장 위협적인 미국의 반공화국 핵대결 정책을 철저히 제압, 분쇄하는 것은 조선반도(한반도)와 아시아태평양지역을 핵전쟁의 참화로부터 수호하기 위한 정당방위권”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부부장은 또 ICBM 발사와 관련해 13일(현지시간) 안보리 공개회의가 열린 점도 겨냥했다.
김 부부장은 “그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은 우리의 정당방위권 행사를 또다시 문제시 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불공정하고 편견적인 처사에 강한 불쾌감을 표시하며 강력히 규탄한다”라고 밝혔다.
김 부부장은 안보리가 “우리 국가의 정당한 안보 우려와 조선반도와 지역에서 실제적인 핵전쟁 발발 가능성을 증대시키는 미국의 범죄적 기도를 외면한 채 우리의 자위권 행사만을 일방적으로 걸고들었다”며 “스스로가 미국과 서방에 완전히 엎어진 대결기구이자 신냉전 기구라는 것을 유감없이 증명해보였다”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김 부부장은 또 앞으로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와 한미 연합훈련에 강력하게 대응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미국은 조선반도에 대한 전략자산 전개의 ‘가시성’ 증대와 더불어 공화국의 대응성 행동 방식과 범위도 보다 자유분방해질 수 있다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며 “미국이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반공화국 대결 노선을 스스로 포기할 때까지 가장 압도적인 핵억제력 구축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전략자산의 가시성 증대는 지난 4월 한미 정상회담의 합의 결과로, 미국은 이르면 이달 중 핵탄도미사일을 탑재한 전략핵잠수함(SSBN)을 한반도에 전개할 예정이다. 김 부부장의 담화는 북한이 이를 겨냥한 군사적 도발을 준비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 부부장은 아울러 “미국이 우리를 건드린 대가는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며 매우 상서롭지 않은 일들이 미국을 기다릴 것임을 숨기지 않는다”라며 강력한 무력도발을 지속할 것임을 예고했다.
북한은 국제사회를 향해 자신들의 도발이 미국의 대북 억제력 강화 움직임에 맞선 자위권이라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안보리 공개회의에서도 5년7개월 만에 참석해 ICBM 발사가 ‘자위권’에 해당한다고 정당화하는 주장을 펼쳤다.
북한은 지난 10, 11일에 미국 정찰기가 자신들의 ‘영공’을 넘어 불법적인 정찰 활동을 했다며 이에 거칠게 반발하는 담화를 연속으로 냈다.
지난 12일에는 미군의 정찰기 활동을 포함한 한미의 ‘대북 적대 행위’에 대응한다며 ICBM ‘화성-18형’을 발사했다.
이날 김 부부장의 담화까지 한동안 잠잠했던 북한의 강경한 행보가 연일 이어지는 것은 북한이 오는 27일 ‘전승절'(한국전쟁 정전협정체결일) 70주년을 성대하게 보내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북한은 내부적으로 전승절 기념을 위해 한미에 대한 적개심을 고취하는 사상사업·선전전을 벌이고 있는데, 이에 발맞춰 한미에 대한 실질적인 강경 행보로 적개심 고취와 한국전쟁의 ‘승리’ 분위기를 다지려는 의도로 보인다.
아울러 8월에는 한미동맹 70주년을 계기로 대규모로 진행될 한미 연합훈련이 예정돼 있는 만큼 전승절 이후에도 이에 대응하는 차원의 고강도 무력도발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