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8일 ‘건군절’을 맞아 진행한 야간 열병식을 통해 선보인 무기체계들 가운데 고체연료 로켓엔진을 기반으로 하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보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9일자 “조선인민군 창건 75돌을 경축하는 성대한 열병식이 8일 수도 평양의 김일성광장에서 거행됐다”며 현장 사진을 상세히 공개했다.
신문이 공개한 사진 속 무기들 가운데 9축형(바퀴 18개) 이동식 발사대(TEL) 차량에 실려 있는 국방색 얼룩무늬 미사일이 바로 고체연료 엔진 기반의 신형 ICBM으로 추정되는 것이다.
사진 속 미사일은 발사관(캐니스터)에 들어 있는 형태로 TEL에 탑재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열병식 사진에선 이 같은 미사일이 총 4기 포착됐으며, 각각 571~574의 일련번호가 새겨져 있었다.
류성엽 21세기 군사연구소 정보분석관은 이 미사일이 고체연료 기반 신형 ICBM의 실물 모형일 것으로 추정하면서 “‘화성-17형’ ICBM을 싣는 11축 TEL 차량과 비교했을 때 미사일 길이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사실상 이 신형 미사일을 보여주기 위해 열병식을 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그동안 개발해온 ‘화성’ 계열 ICBM엔 액체연료 엔진이 적용돼 있어 연료 주입 등 발사 준비에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이 걸린다. 이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감시·정찰자산이 북한의 ICBM 발사 징후를 사전에 포착할 수 있는 단서가 된다.
그러나 고체연료 엔진을 적용한 ICBM은 신속한 연료 탑재가 가능한 데다 연료탱크 부식 우려가 있는 액체연료와 달리 연료 탑재 후에도 장기간 보관하는 게 가능해 발사 징후 등을 사전에 포착하기가 어렵다.
북한 또한 이 같은 점에 착안, 고체연료 엔진 ICBM 개발을 ‘국방과학발전·무기체계개발 5개년 계획’의 전략무기 부문 최우선 5대 과업 중 하나로 추진해왔다.
이와 관련 북한은 작년 12월15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참관 아래 ICBM급 추력(140톤포스·tf)의 신형 고체연료 엔진 시험을 진행했다고 밝혔고, 지난달 29~30일쯤에도 함경남도 함주군 소재 마군포 로켓엔진시험장 수평시험대에서 엔진 연소시험을 진행한 정황이 상업용 인공위성사진에 포착됐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
류 분석관은 “고체연료 ICBM의 직경은 로켓모터(로켓엔진)의 직경과 같다”며 “그런데 이번에 공개한 새 미사일은 앞서 북한이 연소시험을 했다며 노출한 고체연료 로켓모터보다 직경이 커졌다. 과거 시험은 기만활동이고, 당시 노출한 것은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 계열의 로켓모터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류 분석관에 따르면 북한의 이번 열병식에선 이번 열병식에서는 ‘화성-17형’ ICBM 및 TEL 차량도 10기 이상 포착됐다.
류 분석관은 “(화성-17형이) 다수 등장한 걸 고려할 때 북한의 미사일 개발에 대한 중국의 지원이 있었을 수 있다”며 “북한이 작전 배치에 필요한 최소 규모의 ICBM을 확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화성-17형은 최대 사거리가 1만5000㎞ 이상으로 북한에서 정상 각도(30~45도)로 발사했을 때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성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현존하는 ICBM 가운데 크기가 가장 커 ‘괴물 ICBM’으로도 불린다.
이외에도 북한의 이번 열병식엔 이외에도 ‘핵능력’으로 분류하는 ‘초대형 방사포'(KN-25)와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 등 전략전술 탄도미사일이 대거 등장했다.
신형 전차와 152㎜ 자주포, 240㎜ 방사포, 유도 방사포, 4연장 전술지대지유도탄(KTSSM)급 단거리지대지미사일, 5연장 순항미사일, 차륜형 발사대에 실린 2연장 ‘이스칸데르’형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등이 포착됐다고 류 분석관이 전했다.
류 분석관은 북한의 신형 전차에 대해선 “과거 열병식 때도 전차를 개량해 선보인 사례가 자주 있었다”며 “일부 형상 변경이 된 것으로 보면 될 것 같다”고 부연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이번 열병식을 통해선 ‘전술핵운용부대’와 ‘제191지휘정보여단’ 등의 신설 부대도 공개됐다. ‘전술핵운용부대’는 김 총비서가 한미연합훈련 대응 차원에서 작년 9월 말부터 직접 훈련을 지휘하면서 처음 알려진 부대다. 이 부대에선 전술미사일과 장거리순항미사일 등을 핵심 무기체계로 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류 분석관은 제191지휘정보여단에 대해선 “지휘·통제·통신·정보 등 C4I 관련 지휘통제 부대인지, 군사위성이나 드론을 다루는 제대인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