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5일 착공한 ‘강동온실농장’은 평양 인근 강동군에 있는 ‘강동비행장’ 부지에 건설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작년 함경남도에 ‘연포비행장’을 밀고 ‘연포남실온새공장’을 건설했던 것처럼, 활용 가치가 떨어진 군 비행장을 경제와 먹거리 문제 해소를 위한 ‘실리’를 챙기는 장소로 바꾸는 모습이다.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6일 전날 김정은 당 총비서가 참석한 강동온실농장 건설 착공식 사진을 보도했다. 이 사진 속 조감도를 보면 북한이 짓는 농장은 강동비행장 일대에 들어서는 것으로 파악됐다.
위성 사진에서 보이는 이 지역의 도로 모습과 부지 주변을 흐르는 실개천의 커브 모양은 온실농장이 들어설 위치와 동일하다. 강동비행장을 새롭게 정비해 ‘민생·경제’과 직결된 대규모 온실농장을 짓는 것이다.
북한은 한국전쟁 이후 전국 각지에 군 비행장을 건설했지만 핵개발 기조에 따라 공군에 대한 전력 보강이 늦춰지고, 이어진 ‘군 현대화’ 기조에 따라 공군 자체의 필요성이 점차 줄어들면서 군 비행장이 ‘제기능을 잃은지 이미 오래’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 북한은 지난해 9~10월에 한미 연합공중훈련 등에 대응하는 공군의 위력시위를 단행했지만, 훈련 도중 일부 전투기가 추락하고, 공개된 사진에서도 오래된 전투기종들이 확인되는 등 낙후된 공군 전력의 현실만 노출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비행장의 특성 상 주요 부지에 위치한 개활지를 경제에 보탬이 되고 김 총비서의 애민을 부각하는 방향으로 최대한 활용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북한은 지난 2018년에도 함경북도의 군 비행장을 밀고 중평남새온실농장을 건설했다.
군 비행장의 경제현장으로의 변신은 지난해 지난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두드러지고 있다.
북한은 작년에도 군 비행장이었던 연포비행장을 밀고 연포온실농장을 건설하거나, 신의주 인근의 의주비행장을 중국으로부터 들어오는 물품들의 방역 시설로 활용하는 등, 낙후된 공군 비행장을 잇따라 경제현장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이는 외부와의 교류 차단과 북한의 고질적 자연재해로 인해 식량난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과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
강동비행장 위성사진(구글어스 갈무리)과 노동신문이 보도한 강동온실농장 조감도 비교.© News1 |
북한은 작년 연포 일대의 군인들을 동원해 온실농장 건설에 박차를 가했던 것처럼 올해 강동온실농장 건설에도 군의 가용 인력을 최대한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노동신문이 보도한 착공식에 김광혁 공군사령관이 모습을 나타낸 것으로 봤을 때 공군이 주력 건설 인력으로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공군이 이후 농장의 ‘사업권’을 받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연이어 핵심 시설을 내주면서 발생할 수 있는 공군의 사기 저하를 고려해서다.
북한이 연속해 군 비행장을 민생·경제 관련 시설로 바꾸는 배경에는 북한군의 전체적인 전술전략 변경에 따른 영향이 반영됐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북한은 지난 2021년 노동당 8차 대회에서 ‘국방 발전 5개년 계획’을 수립한 뒤 핵무력 발전과 ‘현대화’ 강화를 주 목적으로 전략무기 개발에 매진했다. 지난해 6월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회의를 계기로는 전 군의 전반적인 조직 개편을 진행해온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13일에는 군기(軍旗) 개정 사실을 공표하면서 “인민군대의 많은 군종, 병종 부대들이 확대개편되고 새로운 정세환경에 맞게 중요작전 전투임무들이 부과됐다”라고 군사조직편제 개편 절차가 완료됐음을 시사했다.
개정된 군기 사진과 지난 8일 북한의 조선인민군 창건일(건군절) 75주년 기념 열병식 등을 통해 ‘미싸일(미사일) 총국’이나 대남용 핵미사일을 다루는 ‘전술핵운용부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운용하는 ‘ICBM 부대’의 존재가 새롭게 확인되기도 했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은 앞으로 재래식 전력을 핵심 전력에서 점차 배제하고, 미사일을 중심으로 한 군 전술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