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의 약세 시나리오가 최대 시험대에 올랐다.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상이 임박한 가운데 부채한도를 둘러싼 교착 상태가 지속되며 달러 시장은 위험 구간에 접어 들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실시한 강력한 긴축으로 미 경제가 침체 혹은 스태그플레이션(침체+물가상승)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달러에 상승 위험을 가하고 있다.
당장 외환 딜러들이 달러를 안전 피난처로 보고 달려가지는 않고 있다. 달러 선물의 강세 포지션은 2021년 이후 최저이고 달러는 유로와 엔에 비해 연말까지 약세라는 전망이 여전하며 향후 12개월 동안 달러 상승에 대한 헤지 옵션도 감소했다.
하지만 2011년 당시 미국의 부채한도 관련 정치적 교착상태에서 달러는 크게 올랐던 이력이 있다. 또 경기 침체나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에도 달러는 강세를 보인다는 점에서 지금의 위험구간도 무시할 수 없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부채상한 문제로 미국이 기술적 디폴트에 빠졌던 지난 2011년 달러는 강세를 보였는데 그해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달러는 거의 2% 뛰었다. 골드만은 미국의 디폴트 위기가 재연되면 “엔화도 뛸 것”이라며 “미국과의 연계성이 강한 캐나다 달러, 멕시코 페소는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용여건이 긴축되고 성장이 둔화한 상황에서 부채한도를 둘러싼 우려는 미국의 경기침체 불안도 가중시키며 달러의 안전 피난처 매력을 높일 수 있다고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조나단 피터슨은 예상했다. 피터슨은 지난 40년 동안 미국의 경기침체를 분석한 결과 단 한 차례를 제외하고 모두 달러 강세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피터슨은 “이번 2분기 혹은 다음 3분기부터 미국의 경기침체가 시작되고 하반기 달러 가치가 10%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이번 강달러는 마지막 랠리가 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피터슨은 “미국의 침체가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연준이 금리인하를 시작할 것이기 때문에 달러 강세도 지속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연준 경로도 달러 약세를 시험할 수 있다. 연준의 금리인하가 현실화하지 않을 경우 높은 인플레이션은 고착화한다는 의미고 달러도 당분간 상대적으로 강세를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아타나시오스 뱀바키디스 주요 10개국(G10) 통화전략책임자는 “물가 압력이 연준 목표(2%)까지 금방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시장이 금리인하와 달러약세를 너무 빨리 예상하는 실수를 범할 것이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달러는 당분간 상대적으로 강세를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1~2년 후에는 가치가 떨어지겠지만 시장이 너무 열정적으로 달러 약세를 단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