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기도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인 전모씨의 극단적 선택을 둔 여진이 주말인 11일에도 계속됐다.
국민의힘에서는 이 대표 사퇴 촉구를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 내 비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데, 일각에서는 책임론을 제기하는 모습도 보인다.
전날 빈소를 찾아 조문을 마친 이 대표는 이날 강제동원 해법 규탄집회에 참석하며 대정부 반격에 나섰다. 민주당은 전씨 죽음의 책임을 검찰에 물으며 규탄을 이어갔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이재명 대표님, 이젠 정말 내려놓으십시오”라며 사퇴를 촉구했다.
장 원내대변인은 “고인은 평소 대표님에 대한 서운함을 표시해 왔고 유서에도 이제 그만 정치를 내려놓으시라고 적었다”며 “그런데도 대표님은 광기, 미친 칼질이라고 표현하며 검찰을 향해 독설을 퍼부었다. 애써 고인에게서 고개를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 대표님을 지켜보는 유족들의 심정이 어떨지 생각해 보셨냐”며 “조문을 위해 6시간이나 기다려야만 했던 이유가 무엇이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죄가 없다면 대표직을 내려놓고 다 내가 계획하고 내가 지시한 일이며, 내가 책임진다 말씀하시고 죄가 없음을 밝히면 된다. 그것이 당대표다운 정치인의 모습”이라며 “대표님의 정치적 생명이 다섯 분의 생명보다는 중하지 않으며, 지금 대표님께서 하고 있는 것은 결단코 정치가 아니다. 정치는 책임이 생명”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민주당은 검찰수사를 ‘사법살인’으로 규정하며 맞섰다. 서용주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윤석열 검찰은 얼마나 더 죽어야 포악한 사법살인을 멈출 것이냐”며 “이것은 수사가 아니며 수사를 빙자한 사법살인”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서 부대변인은 검찰이 전씨의 빈소가 차려진 전날(10일)에도 이 대표의 전 비서실 팀장에게 사무실과 개인전화를 통해 수차례 대장동 관련 조사를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선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몇명이 더 죽어야 수사가 끝나냐’며 검찰의 과잉수사에 따른 고통을 토로하고 있다”며 “그쯤은 대통령 권력마저 장악한 검찰에게는 눈 하나 끔쩍할 일이 아니냐. 이것이 검찰이 수사하는 방식이라면 망나니 칼춤과 무엇이 다르겠느냐”고 했다.
친명계 좌장격인 정성호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씨의 명복을 빌며 “얼마나 억울하고 힘드셨습니까. 이제 영원한 안식이 있기를 기도한다”면서 “우리 모두 성찰해야 한다”고 했다.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비명(비이재명)계에서는 이 대표 책임론이 터져 나왔다.
경기 성남시를 지역구로 둔 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전날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씨의 명복을 빌며 “이 대표와 관련한 일로 수사를 받거나 고발인이 된 상황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어 고인이 되신 분이 네 분이다. 네 분 모두 이 대표를 충직하게 모셨던 사람들”이라며 “단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버리고, 삶의 이유인 가족을 떠나야 할 만큼, 그분들을 고통에 빠뜨렸던 원인이 대체 무엇이었을까”라고 했다.
윤 의원은 “이재명 대표가 말한 대로 검찰의 무리한 수사 때문이라면 속히 밝혀야겠지만, 이 대표 본인이나 주변에서 고인에게 부담을 주는 일이 있었다면, 이 대표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십 년 넘게 자신을 위해 일했던 사람이다. 도의적인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그게 인간이고 그게 사람”이라고 이 대표를 저격했다.
그러면서 “한 도시에서 일어난 사건과 연관된 이들의 계속된 죽음, 이런 일은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는 충격적인 일이며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비극”이라며 “우리 지역, 성남에서 일어나고 있는 연속된 비극이라 더더욱 마음 아프고 분노한다”고 덧붙였다.
비명계는 일단 사실관계를 예의주시하며 대응한다는 방침이지만, 향후 이 대표 책임론을 더욱 거세게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수세에 몰린 이 대표는 전날 전씨 조문을 마쳤다. 유족과의 조율 문제로 약 6시간가량 대기한 끝에 20분가량 조문했다. 민주당에 따르면 이 대표는 조문에서 유가족에게 위로를 건넸고, 유족들은 “대표님도 힘을 내고,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잘해달라”고 답했다.
이 대표는 이날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 규탄 장외투쟁에 참석하며 반격에 나섰다. 민주당은 지난 2월4일 이후 약 한 달 만에 장외집회에 나선 것이다.
이 대표는 “세계에 자랑할 이 대한민국이 일본에게는 ‘호갱’이 되고 말았다”며 “이번 강제동원 배상안은 일본에게는 최대의 승리이고 대한민국에게는 최대의 굴욕 아니냐. 경술국치에 버금가는 2023년 계묘년 ‘계묘국치'”라며 날을 세웠다.
한편 전씨는 전날(9일) 오후 6시44분쯤 자택인 성남시 수정구 창곡동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대표 주변 인물 중 유명을 달리한 다섯 번째 사례다.
전씨는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에 당선한 2018년 초대 비서실장을 지냈고 2019년 7월 GH 경영기획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2021년 11월 이헌욱 당시 GH사장이 이재명 대선캠프 합류로 사퇴한 이후 직무대행을 맡았으며 지난해 11월 퇴임했다.
최근에는 ‘이 대표의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대리조문’ 등의 보도에서 자신이 언급되자 주변인들에게 심적 부담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의 발인식은 이날 오전 8시 성남시의료원 장례식장에서 취재진의 출입이 통제된 가운데 진행됐다. 전싸는 성남장례문화사업소에서 화장을 거쳐 용인 봉안시설인 용인 아너스턴에서 영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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