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고교생 기획한 세계 첫 ‘정자 경주대회’…”남성 불임 경각심”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남성 불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다는 취지로 세계 최초로 ‘정자 경주대회'(Sperm Racing)가 열렸다고 AFP 통신과 데일리 메일 등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7세 고교생 에릭 주 등 3명의 공동 창립자가 설립한 스타트업에서 기획한 이번 이벤트는 25일 LA의 한 실내 경기장에서 열렸으며 온라인으로 생중계됐다.

사전에 수집한 대학생 2명의 정액 샘플을 여성 생식기 모양으로 생긴 20㎝ 길이의 작은 트랙에 놓아 출발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경주 트랙은 현미경으로 100배 확대된 후, 카메라로 촬영되어 3D 애니메이션 소프트웨어를 거쳐 관중과 시청자들에게 전달됐다.

패배한 대학생 애셔 프로에거(19)에게 정액을 닮은 액체가 뿌려졌고, 승리한 대학생 트리스탄 밀커(20)는 1만 달러(약 1400만 원)의 상금을 가져갔다.

행사를 기획하며 140만 달러(약 20억 원)를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입장권은 학생 20달러, 일반인 40달러, VIP 999.99달러에 팔렸다.

행사를 기획한 주는 평균 정자 수가 지난 50년 동안 반토막 났다는 주장을 담은 소셜미디어 게시물에서 영감을 받았다며 “아무도 아이를 만들 수 없는 디스토피아적 미래가 올 수도 있어 두려웠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AFP 통신은 그의 이런 인식이 일론 머스크 등의 보수적이고 극우적인 인물들이 주장하는 출산 촉진 운동과 맥락이 일치한다고 짚었다.

주는 이에 대해 “나는 그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지구 인구를 늘리기 원하는 머스크와 같은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머스크는 인구 감소가 서구 사회에 위협이 될 거라는 주장을 펴고 있으며, 여러 여성들과의 사이에서 최소 14명의 아이를 출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주는 생식 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인류의 정자 수가 극적으로 감소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결론에 이르지 못하고 있으며, 연구 결과는 때론 상이한 결과를 보이고 있다고 AFP는 전했다.

또한 이번 행사는 과학적으로 포장되긴 했어도 청소년들의 자신들의 유머를 드러내며 주목을 끌고, 성을 상품화하는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