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15일(현지시간) 흑해 상공에서 미 무인기(드론)와 러시아 전투기가 충돌한 사건과 관련해 “실수하지 말라”고 러시아에 강력 경고했다.
CNN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오스틴 장관은 이날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50여개국 국방 당국자간 임시 협의체인 우크라이나 방위연락그룹(UDCG) 회의에서 러시아에 군용기를 안전하게 운용할 것을 촉구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오스틴 장관은 “이 위험한 사건은 국제 공역에서 (러시아 조종사들에 의한) 공격적이고, 위험하며, 안전하지 않은 행동 패턴의 일부”라며 “미국은 국제법이 허용하는 모든 곳에서 비행과 작전을 계속할 것이고, 안전하고 전문적인 방식으로 군용기를 운용하는 것은 러시아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앞서 전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접경지인 크림반도 서쪽 흑해 상공에서 정보감시정찰(ISR) 임무를 수행 중이던 미 공군의 MQ-9 ‘리퍼’ 드론의 프로펠러를 러시아 수호이-27(SU-27)이 들이받아 드론이 추락했다.
미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자국 상공 인근에서 비행하는 상대국 군용기를 차단하는 행위는 종종 있지만, 물리적 충돌로 미군기가 추락한 것은 냉전 이후 처음이다.
미국 유럽사령부는 성명을 통해 MQ-9 리퍼 드론과 러시아 Su-27 전투기 2대가 흑해 공해상을 비행하던 중 러 전투기 한 대가 미군 무인기의 프로펠러를 들이받았다고 발표했다.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전날(14일) 러시아 전투기가 드론에 충돌하기 전 30~40분 동안 드론 인근을 비행한 뒤 드론에 충돌해 추락했다고 밝혔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드론이 “회수되지 않았으며, 우리가 회수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다른 누군가가 추락한 드론을 수중에 넣어 가질 수 있는 정보가치를 최소화하려 최선을 다했다”며 “나는 러시아가 (드론을) 수면으로 끌어내려 시도할지 등에 대해 확실히 말할 수 없다”고 했다.
미국은 국제공역 비행에 대한 러시아의 무모한 근접위협비행이라며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국제법 위반이라 비난하며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미군 무인기가 ‘특별군사작전(전쟁)’으로 인한 출입금지 구역에 진입했기 때문에 러시아군이 전투기를 출격시켰을 뿐, 드론과의 충돌 자체에 대해선 부인하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러시아 국방부의 성명을 거론하면서 “무기가 사용되지 않았고, 물리적 접촉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는 이번 사건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이 직접 관여했다는 점이 또다시 확인됐다고 주장하면서 러시아가 드론 잔해를 수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