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실질 금리가 2009년 이후 최고로 오르면서 주식과 같은 위험 자산에 중요한 지지선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진단했다.
10년 만기 물가연동국채(TIPS) 수익률은 지난 7일 1.82%로 올라 2009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탄탄한 고용보고서가 나오면서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더 오랫 동안 더 높게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질 금리는 인플레이션을 감안해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로 경제 전반의 차입 비용을 측정하는 척도인 동시에 위험자산의 상대적 가치를 판단하는 척도로 여겨진다.
초저위험의 안전한 국채가 수익률이 오르면 결국 상대적으로 위험한 자산들의 매력도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뉴욕 증시에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의 살만 아메드 거시전략 자산배분 책임자는 FT에 “실질 금리가 오르면 기업 부문에 타격을 주기 시작할 위험이 커진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그동안 자금을 거의 공짜로 빌렸다가 이제는 높은 이자율로 재융자해야 하는데 “바로 여기서 문제가 시작된다”고 아메드 책임자는 지적했다.
아메드에 따르면 팬데믹 기간 동안 하이일드(저신용) 기업들은 약 4% 금리롤 자금을 조달했지만 이제 12% 넘는 금리를 지불해야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지금 당장 재융자를 받아야 한다면 큰 충격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팬데믹 봉쇄 기간 동안 금리가 인하돼 많은 기업들이 대출을 받았는데, 이런 기업들은 금리인상의 영향을 내년 하반기와 2025년 더 심각하게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FT는 전했다.
대출 조건이 더 까다로워지면서 미국의 주식 밸류에이션에 대한 불안도 커지고 있다.
뉴턴인베스트먼트의 존 데이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5년 전에는 5~7% 주식 수익률이 좋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같은 격차를 유지하려면 주식 수익률이 10~15%는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