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국을 북핵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한국에 저위력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을 대비한 사전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미국의 싱크탱크 중 하나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산하 한반도위원회는 18일(현지시간) ‘북한 정책과 확장억제’ 보고서에서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약속은 한국에 대한 외부 공격을 저지하고 필요하다면 격퇴시키기 위해 핵무기를 포함한 전폭적인 군사 능력을 쏟겠다는 미국의 서약”이라고 밝혔다.
여기엔 북한의 모든 형태의 공격을 저지하는 것과 한국이 안보상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자체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데 대한 대안을 제공함으로써 핵 확산을 막는 2가지의 중심적 목적을 포함한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보고서는 “확장 억제가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선 미국이 워싱턴DC나 뉴욕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을 의미하더라도 서울이나 도쿄를 구하고 동맹을 방어하기 위해 이같은 능력을 기꺼이 사용할 것이라는 것을 남한과 북한이 믿어야 한다”고 했다.
보고서는 그러나 북한의 증가하는 무기 능력과 공격적인 목적으로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위협, 북한의 다탄두 개별목표설정 재진입체(MIRV) 기술에 대한 미국의 미사일 방어 요격의 취약성은 최근 몇 년 동안 한국인들로 하여금 미국의 확장억제 신뢰성에 의문을 갖게 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일반적으로 확장억제 신뢰성에 대한 의구심은 북한의 한국이나 미국 본토 공격 능력이나 의지가 외부 공격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기 위한 미국의 능력이나 의지를 넘어설 때 커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나아가 만약 새로운 미국 행정부가 주한미군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도널트 트럼프 행정부의 접근법처럼 동맹을 지역 전략의 중심에 두지 않거나 전략적 인내 정책으로 회귀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확장억제를 유지하려는 미국의 의지에 대한 의구심은 급증할 것이라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고서는 현 상황에선 미국의 전술핵을 한반도에 재배치하거나 한국의 핵무기 획득을 용인해선 안 된다고 제언했다.
미국의 확장억제 신뢰성에 대한 의구심 문제는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나 한국의 핵무기 획득 옵션의 단점을 피하는 대안적 정책 구상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보고서는 이런 차원에서 향후 미국의 저위력 핵무기를 한국에 재배치할 가능성에 대비한 사전 준비작업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고서는 이를 위해 “동맹들은 미국 핵무기의 한국 재배치 가능성을 위해 ‘도상 계획 연습(tabletop planning exercises)’을 검토해야 한다”면서도 재배치 시기와 무기 종류는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남겨둬야 하며, 의사결정은 안보 환경과 북한의 위협 수준의 변화에 맞춰 조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계획 연습에는 △재배치의 환경 영향 연구 △가능성 있는 핵무기 저장 시설에 대한 위치 도표화 △핵 안전·보안 관련 합동 훈련 △연합 연습과 핵 임무를 위한 주한미군 F-16 전투기의 인증 또는 F-35 전투기 대체 △핵무기 저장시설 건설 등 전술핵 재배치를 위한 보다 확실한 물리적 조치 등이 포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다만 확실한 물리적 조치는 확장억제 강화를 위한 다른 선택지가 소진된 상황에서 북한의 위협 수준이 계속 고조될 때에만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전술핵 재배치는 의도된 억제 효과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같은 사전 준비는 (핵무기) 확산의 문턱을 넘지 않으면서 동맹에 대한 약속과 북한에 대한 해결의 신호가 될 것”이라면서 “북한이 미국의 전술 핵무기가 한반도로 돌아오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위협 수위를 증가시키는 것을 중단하라는 새로운 압력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