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자국 자본의 반도체 등 첨단기술 분야 대(對)중국 투자를 제한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자국과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미 정부가 우리나라를 비롯한 핵심 동맹국에도 이와 유사한 조치를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단 전망도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인공지능(AI)·양자 컴퓨터·반도체 등 3개 분야 중국 기업에 대한 미 자본 투자를 제한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미 백악관은 이에 대해 “우려국 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미국인의 투자가 우려국의 군사·정보 역량을 강화해 미국과 동맹·우방국들의 안보를 위협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미 정부의 이번 조치는 일단 자국 자본의 중국 내 투자 규제를 목적으로 하고 있기에 당장 우리나라 등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와 관련 정부도 10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외교부 공동 명의로 배포한 자료에서 미 행정명령의 “적용 범위가 미국인 또는 미 법인으로 한정된다”며 “국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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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일각에선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그간 중국과의 패권 경쟁과정에서 동맹·우방국들과의 ‘공동 전선’을 구축하는 데 힘써왔음을 감안할 때 “추후 우리 정부 등에도 이번 투자제한 조치에 함께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오는 18일 미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선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미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한미일 정상회의에 임할 예정이다.
미국의 대중국 투자 규제에 동맹·우방국들이 참여하는 문제는 지난 5월 일본 히로시마(廣島)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때도 다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영국·독일 등 유럽 주요국들도 미국과 유사한 내용의 조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대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특성을 감안할 때 미국으로부터 관련 요구를 받더라도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미국과 ‘보폭’을 맞추는 게 중요하긴 하지만, ‘중국 시장’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일본과 네덜란드가 수출 통제에 참여했던 사례가 있긴 하나, 중국 시장 없이 장기적으로 버틸 수 있을진 의문”이라며 “미국이 동맹국들에 향후 대중 투자 제한 등에 동참할 것을 요구한다면 ‘취지는 동의하지만,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우리 국익 먼저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