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우주 기업 버진갤럭틱이 오는 29일(현지시간) 승객을 태운 상업용 우주선을 발사해 자체 우주관광을 본격 시작한다. 2년 만의 민간인 비행 재개에 버진갤럭틱의 우주관광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지 주목된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버진갤럭틱은 27일 성명을 내고 미국 뉴멕시코주(州) 모하비 사막에 위치한 스페이스포트 아메리카 공항에서 29일 자사 우주선 ‘VMS 이브’에 승객 3명과 승무원 3명을 태우고 90분간 지구 저궤도를 비행한다고 밝혔다.
첫 상업 비행에 탑승하는 승객은 이탈리아 공군 장교 2명과 이탈리아 국립연구위원회 소속 항공우주 과학자 1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승무원 2명은 우주선을 조종하고 나머지 1명은 비행 교관으로서 승객들을 안내한다.
◇여객기처럼 이륙해 90분 뒤 공항 귀환…푸른 지구 관찰하며 몇분간 무중력 체험
VMS이브는 수직발사 로켓이 아니라 일반 비행기처럼 활주로에서 이륙해 점차 고도를 높인다. 1만5000m 상공에 도달하면 모선에서 분리돼 로켓엔진의 추진력으로 약 8만m까지 솟구친다. 수직발사와 비교할 때 공기 저항이 적고 모선의 가속을 이용해 경제적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우주선이 최고 고도에 도달하면 탑승객들은 기내에서 몇분간 무중력 상태를 경험하고 푸른 지구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이탈리아 연구팀은 이 시간을 활용해 인지 능력과 생체 데이터 등을 측정할 예정이다. 또 국제우주정거장 임무를 염두에 두고 공군 장교를 대상으로 무중력 적응 훈련을 진행한다. 우주선이 고도를 낮춰 이륙했던 공항으로 귀환하면 90분간의 모든 비행이 종료된다.
마이클 콜글레이저 버진갤럭틱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성명에서 “앞으로 수년간 연구기관들이 우주에 반복적이고 안정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오는 8월부터는 매달 비행에 나선다. 이를 통해 우주관광 사업을 상용화해 1인당 25달러(약 3억원) 수준에서 연간 400편을 취항한다는 구상이다.
◇탑승권 가격 6억원 육박해도 ‘불티’…공식 우주관광까지 17년 넘게 ‘우여곡절’
영국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이 설립한 버진갤럭틱은 2005년부터 9년간 일반인을 상대로 1인당 20만달러(약 2억6000만원)에 탑승권을 판매했다. 탑승권 가격은 2015년부터 45만달러(약 6억원)로 껑충 뛰었는데도 지금까지 800장이 넘게 팔렸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브래드 피트, 저스틴 비버 ,일론 머스크 등이 이를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사이 버진갤럭틱은 비행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며 우주관광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2021년 7월이 되어서야 리처드 브랜슨 버진갤럭틱 회장을 포함한 6명이 약 14분간의 시범 비행에 성공해 역사상 첫 민간 우주여행이란 타이틀을 획득했다.
그러나 미 연방항공청(FAA)은 항로이탈을 이유로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같은 해 9월 운항은 다시 허가됐지만, 버진갤럭틱은 기술 업그레이드에 시간이 필요하다며 우주관광 상용화를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2022년 9월 무인 비행을 재개했으나 이륙 직후 사고가 발생해 발사가 무기한 연기됐다. 2014년에는 조종사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타이태닉 잠수정 사고로 안전성 우려↑…각서 쓰고 탑승해도 대기권 못 벗어나
따라서 이번 비행에서 안전성을 입증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다행히 지난달 자사 승무원을 상대로 한 마지막 시범 비행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지만 타이태닉 관광 잠수정 사고를 계기로 안전에 대한 우려가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다. 비행 전 회사에 어떠한 안전 책임도 묻지 않겠다는 서약서에 서명해야 하는 것도 승객들로선 부담이다.
버진갤럭틱의 비행이 진정한 우주관광이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VMS이브는 최고 비행 고도가 80㎞에 불과한데, 미 공군과 항공우주국(NASA)은 우주 비행사를 고도 50마일(80㎞) 이상을 비행한 사람으로 정의한다.
경쟁업체 블루오리진을 설립한 제프 베이조스는 버진갤럭틱의 비행은 우주관광이 아니라고 수차례 깎아내린 바 있다. 블루오리진의 우주선 ‘뉴셰퍼드’는 수직발사 로켓을 사용해 62마일(100㎞) 상공까지 도달한다. 이는 국제항공연맹(FAI)이 지구 대기권과 우주공간의 경계로 정의한 지점으로 ‘카르만 라인’이라고도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