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연방정부 셧다운(업무정지)이 지난 1일(이하 현지시각) 이후 한 달 가까이 이어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예산 집행 권한을 광범위하게 행사하면서 미 의회의 ‘재정 통제권’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 트럼프, 민주당 주 관할 예산 동결…군·경찰 급여는 보장
로이터에 따르면 백악관은 이번 셧다운 기간 동안 민주당이 주도하는 지역에 배정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예산 집행을 동결하고 수천 명의 연방 공무원을 정리해고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대신 군인과 총기 소지 법집행관 등의 급여는 유지되도록 재배치했다.
비당파 연구기관 브루킹스연구소의 몰리 레이놀즈 연구원은 “이런 조치는 의회의 권한을 근본적으로 위협한다”며 “행정부가 법률로 정한 예산을 제대로 집행하지 않는다면 장기 예산 합의 자체가 무의미해진다”고 말했다.
◇ 미 의회의 ‘지갑 권한’ 잠식…헌법적 논란
미국 헌법은 예산 편성과 집행의 핵심 권한을 의회에 부여하고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행동·통상정책에 이어 예산 집행까지 단독 결정 범위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공화당이 하원과 상원을 모두 근소하게 장악한 가운데 이번 셧다운은 2026회계연도 예산안 합의 실패로 10월 1일부터 시작됐다.
민주당은 연방정부 재가동 법안에 2400만명을 대상으로 한 의료보조금 연장 조항이 포함되지 않으면 표결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고 공화당은 우선 단기 예산안을 통과시켜 정부 기능을 복원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 양당 책임 공방…국민 절반 “공화당 책임”
로이터·입소스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0%가 공화당을, 43%는 민주당을 셧다운의 책임 주체로 꼽았다.
민주당의 팀 케인 상원의원은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공무원을 해고하고 프로그램을 삭감하는 상황에서 예산 합의는 무의미하다”고 비판했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도 행정부의 과도한 재량권 행사에 우려를 표했다. 톰 틸리스 상원의원은 “나라도 민주당이라면 대통령의 구속력 있는 법적 약속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 ‘다스 베이더’로 비유된 예산국장…트럼프 “통쾌하다”
민주당은 예산 동결 전략을 주도한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국장을 집중 비판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그를 “스타워즈의 다스 베이더 같다”며 치하했다.
리처드 블루멘설 상원의원은 “군인과 국경경비대는 급여를 받는 반면, 나머지 공무원은 무급 상태로 방치됐다”며 “모두에게 공정한 급여를 보장하는 법안을 원한다”고 말했다.
◇ 공화당 내부서도 ‘헌법 위반’ 경고
하원 공화당 지도부가 회기를 중단한 가운데, 일부 의원들은 셧다운이 장기화될 경우 의회의 입법기능 자체가 마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마이크 심프슨 하원의원은 “지금처럼 백악관이 예산 집행을 멋대로 조정하는 것은 헌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의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극우 성향의 칩 로이 의원은 “민주당이 예산안 통과를 막는다면 대통령과 보트 예산국장이 프로그램 우선순위를 정하도록 맡기겠다”고 말해 엇갈린 시각을 보였다.
로이터는 “이번 셧다운 사태가 트럼프 행정부의 권력 집중을 더욱 강화하고, 의회의 예산 통제권을 약화시키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