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가 연설하기로 했던 화상회의가 참석자가 틀어놓은 ‘낯 뜨거운 동영상’ 때문에 취소됐다.
로이터·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미국 중형은행연합회(MBCA)가 주최한 화상회의에서 앞으로의 경제 전망에 대해 발언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월러 이사는 끝내 마이크를 잡지 못했다. 느닷없이 음란물이 송출되는 바람에 회의가 취소됐기 때문이다.
회의가 시작되기 몇 분 전 ‘댄(Dan)’이란 이름의 참석자가 화면에 음란물을 띄워놓기 시작했다. 주최 측은 해당 참석자의 비디오와 마이크를 끄는 데 실패했다. 참석자 220여명이 회의 취소 직전까지 고스란히 문제의 동영상에 노출됐다.
회의를 주최한 브렌트차르크스 중형은행연합회 전무는 이날 이메일을 통해 행사 참석자가 음소거 설정을 잘못한 것 같다고 해명한 뒤 정보기술 부서와 협력해 재발을 방지하겠다고 약속했다. 회의 취소 결정은 연준과의 합의를 통해 결정됐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는 미국 화상회의 업체 ‘줌 비디오 커뮤니케이션(줌)’을 통해 생중계됐다. 매트 네이글 줌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고 “회의 중단 사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필요한 경우 사법당국과도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줌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급성장했지만 불청객이 침입해 회의를 방해하는 이른바 ‘줌 폭격’으로 취약한 보안 문제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보스턴 연방수사국은 2020년 11월 불청객 난입을 방지하기 위해 화상회의를 가급적 비공개로 진행하고 회의실 접속 링크를 참석자들끼리만 공유하라고 당부했다.
이에 줌은 화상회의 송출부터 수신까지 모든 내용을 암호화하는 ‘종단간(E2E) 암호화’ 방식을 도입했다. 그러나 공유된 링크를 타고 들어온 불청객을 막지는 못했다. 미 연준은 윌러 이사의 이날 연설과 질의응답이 ‘기술적인 문제’로 취소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