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과 인텔 등 미국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미국 정부에 대중(對中) 반도체 규제 완화를 요구하기로 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의 집단 행동이 현실화한다면 바이든 행정부도 무시하기 힘든 만큼 대중 규제가 완화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운영 중인 중국 팹(Fab)에 대한 리스크가 줄어들 수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 등은 인텔과 퀄컴, 엔비디아 등 미국 반도체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대중 규제 최종안이 나오기 전 마지막 로비를 위해 이번 주 중 워싱턴을 방문한다고 보도했다.
앞서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막기 위해 제조용 장비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고, 첨단 반도체에 대한 수출을 통제하는 등의 규제에 나선 바 있다.
미국 반도체 회사들은 워싱턴에서 바이든 행정부에 대중국 반도체 칩 수출 통제 강화 방안에 대한 우려를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 반도체를 판매하고 제조장비를 제공하는 것을 제한하는 등 규제 확대를 반대하는 로비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대중 규제로 인한 미국 기업들의 타격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 반도체 매출의 3분의 1은 중국에서 발생하며, 중국 내 수요의 80%는 수입으로 해결한다.
실제 퀄컴이 중국에서 올리는 매출은 전체의 6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과 엔비디아 역시 전체 매출 중 중국 비중이 각각 25%, 20% 수준이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도 민감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매출 비중은 각각 26%, 38%에 달한다.
더욱이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공장을, 쑤저우에 패키징 공장을 가동 중이다. SK하이닉스도 우시에 D램 공장이, 충칭엔 패키징 공장이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낸드플래시의 40%를, SK하이닉스는 D램의 40%·낸드 20%를 중국에서 만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미국 기업들의 이번 규제 완화 주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한국 반도체 기업보다는 미국 기업들의 로비력이 강하기 때문에 규제 완화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미국 정부가 규제를 낮추면 한국 기업들도 혜택을 볼 가능성이 크다. 형평성의 문제를 고려하면 혜택이 미국 기업에만 집중되지 않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한국 기업이 가서 말하는 것보단 미국 기업이 말하는 것이 더 반영되지 않겠느냐”며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어 “규제가 완화되면 한국 기업들도 혜택을 누릴 가능성이 크다”며 “중국 사업장에 대한 리스크가 줄어들 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