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택 가격이 2년 만에 처음 하락세로 돌아섰다.
11일(현지시각) CNBC는 미국 부동산 데이터를 추적하는 파슬 랩스(Parcl Labs) 자료를 인용해 미국 주택 가격이 최근 3개월 동안에만 1.4% 떨어지며 약세 흐름을 이어갔다고 보도했다.
미국 전국 단위에서 주택 가격이 마이너스로 전환된 것은 2023년 중반 이후 처음이다. 2023년 당시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제로금리에서 벗어나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한 지 1년이 지난 시점으로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한 시기다.
모기지뉴스데일리(Mortgage News Daily)에 따르면, 2022년 3월 3.9%였던 30년 만기 고정 모기지 평균 금리는 2023년 6월에는 7%를 넘어서며 급등한 바 있다.
파슬 랩스의 제이슨 루리스 공동 창업자는 “2020~2022년 코로나 기간의 급등 이후 최근에는 전국적으로 가격이 약세를 보이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22~2023년 모기지 금리의 급격한 상승은 주택 구매자에게 충격을 줬고, 구매 여력이 낮아지면서 거래량이 감소하자 판매자들이 가격 기대치를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역사적으로 이러한 신용·구매력 충격과 수요 약세 및 시장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재고가 결합할 때 전국적인 가격 하락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미국의 주택 재고는 여전히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지만, 최근 몇 년간의 역대급 저점보다는 증가했다.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터닷컴(Realtor.com)에 따르면 11월 기준 신축 주택 매물은 1.7% 증가에 그쳤지만, 기존 주택 매물은 전년 동월 대비 약 13% 증가했다.
파슬 랩스에 따르면 특히 텍사스주 오스틴의 집값은 전년 대비 10% 하락했고, 덴버는 5% 하락했다. 플로리다주 탬파와 휴스턴은 각각 4%, 애틀랜타와 피닉스도 3%씩 떨어졌다.
반대로 일부 지역은 상승세를 보였다. 클리블랜드는 집값이 6% 오르며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시카고와 뉴욕시는 각각 5%, 필라델피아는 3%, 피츠버그와 보스턴은 각각 2%의 상승률을 보였다고 파슬 랩스는 전했다.
NAHB(전미주택건설업협회) 로버트 디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1월 발표에서 “노동시장 약화와 소비자 재정 여력 악화가 수요 부진을 지속시키며 주택 판매 환경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25년 단독주택 착공은 감소하겠지만, 건설업체들이 향후 판매 여건을 다소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만큼 2026년에는 소폭의 반등이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의 모기지 금리는 지난 3개월 동안 큰 변동이 없었고, 전날 발표된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거의 반응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주택 가격 역시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왔다.
파슬 랩스의 루리스는 “앞으로의 기본 시나리오는 전국적인 큰 폭의 침체가 아니라, 집값 등락률이 제로 수준 부근에서 머무는 시기”라며 “팬데믹 시기의 두 자릿수 상승이 아니라 미세한 상승 또는 하락이 연간 단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