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특수작전 병력과 항공기, 대규모 군사 장비를 카리브해 지역으로 이동시키며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적 압박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국방 당국자들과 공개 비행 추적 자료를 인용해 미군이 이번 주 특수작전 항공기와 병력, 장비를 대거 카리브해 지역으로 전개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특수작전 부대가 사용하는 CV-22 오스프리 틸트로터 항공기 최소 10대가 22일 밤 뉴멕시코주 캐넌 공군기지에서 이 지역으로 이동했다. 포트 스튜어트와 포트 캠벨 육군기지에서 출발한 C-17 수송기도 같은 날 푸에르토리코에 도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캐넌 공군기지에는 제27특수작전비행단이, 포트 캠벨에는 미군 정예 특수작전 부대인 제160특수작전항공연대와 제101공수사단이 주둔하고 있다. 또 포트 스튜어트의 헌터 육군 비행장에는 제75 레인저 연대 제1대대가 주둔한다.
이들 부대는 고위험 침투·철수 작전, 공항 확보, 정밀 제거 및 체포 작전 지원 등에 특화된 부대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번 병력 이동을 단순한 훈련이나 순환 배치로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미 공군 중장 출신인 데이비드 뎁툴라 미첼항공우주연구소(MIAS) 소장은 “실제 행동을 염두에 둔 사전 병력 배치”라며 이번 자산 이동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미 어떤 행동 방침을 결정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남은 질문은 무엇을 달성하려는 것인가 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라틴아메리카 지역 미군을 관할하는 미 남부사령부 대변인은 구체적인 병력 이동에 대한 질문에 답변을 거부하며 “어떤 군 시설이든 장비와 인력을 정기적으로 순환 배치하는 것은 표준 관행”이라고 말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포착된 움직임으로 미군의 군사 행동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수개월째 카리브해 일대 마약 의심 선박에 대한 군사 작전을 이어가는 한편 최근 마두로 정권의 주요 수입원을 차단하기 위해 베네수엘라를 오가는 유조선을 나포하기 시작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곧 육상에서도 그들을 타격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지상 작전을 시사하기도 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미국의 유조선 나포를 노골적인 절도·납치라고 비난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마두로 정권 교체를 노리고 자국의 천연자원을 약탈하려 한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