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의 ‘위성 발사 경쟁’이 본격화된다. 북한이 지난 21일 쏘아올린 군사정찰위성이 정상 궤도에 진입한 가운데 우리 군이 이번주 독자 정찰위성 ‘1호기’를 발사하고 비슷한 시기에 ‘한국형 고체연료 우주발사체’의 3차 시험발사도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 군은 이른바 ‘425사업’의 일환으로 오는 3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우주군기지에 정찰위성 1호기를 발사한다. ‘425사업’은 북한의 주요 전략표적 감시·대응을 위해 우리 군의 독자 정찰위성을 자체 연구개발 등을 통해 확보하는 것으로서 지난 2018년 시작됐다. 이번 발사엔 미 ‘스페이스X’사가 만든 ‘팰컨9’ 로켓이 발사체로 이용된다.
국방부는 425사업을 통해 오는 2025년까지 고성능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 4기와 전자광학(EO)·적외선(IR) 장비 탑재 위성 1기 등 총 5기의 고해상도 중대형(800㎏급) 군사위성을 궤도에 쏘아 올릴 계획이다. 5개 위성은 각각 800㎏급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가운데 EO·IR 장비 위성이 이번에 발사할 1호기다. 2호기는 내년 4월 발사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425사업 위성 5기가 순차적으로 궤도에 진입하면 우리 군은 약 2시간 간격으로 북한 내 미사일기지·핵실험장 등 주요시설 정보를 위성사진·영상으로 수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될 전망이다.
국방부는 425사업으로 확보할 위성은 “한국형 3축 체계의 기반이 되는 감시정찰 자산의 핵심전력”이라며 “종심(縱深)지역·전략표적 감시능력 증강을 통한 우리 군의 ‘킬체인’ 역량이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엔 한화시스템(272210)이 제작한 소형 SAR 위성이 탑재돼 지상관제센터와의 송·수신 확인, 발사위성의 제어 및 실시간 지상 영상을 획득·분석, 발사체의 추력과 제어능력, 위성의 궤도 안착 등이 검증될 것으로 전해졌다.
SAR는 공중에서 지상 및 해양에 레이다파를 순차적으로 쏜 후 레이다파가 굴곡면에 반사돼 돌아오는 미세한 시간차를 선착순으로 합성해 지상 지형도를 만들어 내는 레이더 시스템이다. 야간과 악천후에도 영상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에 앞서 북한이 지난 21일 오후 10시42분쯤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소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천리마-1형’ 로켓에 실어 쏘아올린 정찰위성 1호기 ‘만리경-1호’가 정상 궤도에 진입해 지구 주위를 돌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은 이 위성 발사 다음날인 22일 미국령 태평양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 등을 ‘만리경-1호’를 이용해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고 주장하며 내달 1일부턴 정찰위성으로서의 정식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우리 군 당국은 이번 주말쯤이면 한국천문연구원·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비롯한 국내 연구기관과 미 우주사령부 등의 북한 위성 추적·평가자료 등 종합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만리경-1호의 정상 작동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만리경-1호가 정상 작동하는 것으로 판명될 경우 다음 관건은 탑재된 카메라의 해상도다. 전문가들은 만리경-1호가 실질적 의미의 정찰위성 역할을 수행하려면 지상의 가로·세로 각 1m 미만 크기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서브미터’급 카메라가 실려 있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북한이 올 5월 정찰위성 1차 발사 시도 때 탑재한 카메라의 해상도는 가로·세로 3m급으로 추정된다는 전문가 분석이 제시된 적이 있다. 물론 북한이 위성에 탑재한 카메라 역시 러시아의 지원 등을 통해 고해상도로 바꿨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우리 관계 당국은 독자 정찰위성 1호기와 한국형 고체연료 우주발사체를 통해 북한과 비교해 우리 군의 우수한 과학기술 역량을 증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우주기술 선진국 진입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