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터키)와 시리아를 규모 7.8 지진이 강타한 후 100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잔해 속에서 어린 생명들이 구조되고 있어 실낱같은 희망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일부 생존자가 나올 가능성이 없는 지역에서는 구조가 종료되고 있다.
튀르키예 현지 시간이 10일 오전 8시40분(한국시간 10일 오후 2시 40분)이 되면서 지진 발생 시각인 지난 6일 새벽 4시17분에서 100시간 20여분이 넘어섰다. 통상 72시간을 골든타임으로 여기고 있지만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밤사이 90시간만에 10살 소년이, 95시간만에 7세 소녀가 구조되는 등의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이미 이번 지진의 사망자는 2만명을 훌쩍 넘어서며 구조라기 보다는 폐허 속 시신 발굴에 가까운 상황이 되었다. 현재 사망자는 튀르키예에서 1만7674명, 시리아에서 3377명으로 합계 2만1051명이 됐다. 이로써 이번 지진은 역대 7번째 사망자가 많은 자연재해가 됐다. 2011년 일본 지진과 쓰나미를 앞질렀고 2003년 이란에서 발생해 3만1000명이 사망한 지진 피해 규모에 다가가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지진 진원지 인근에 위치한 튀르키예 가지안테프시의 기온은 4일 새벽 영하 3도까지 떨어졌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차와 임시텐트에서 밤을 보내야 했다. 집이 완전히 붕괴되지 않은 사람들도 붕괴 위험 때문에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임시텐트는 너무 추워 부모들은 아이들을 담요에 싸 안고 거리를 걸었다. 이렇게 하는 편이 덜 추웠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튀르키예 케말파사 인근 한 주유소에는 기부된 옷들이 들어있는 상자가 쌓여 있었다. 사람들은 그 속에서 입을만한 옷을 찾아 걸쳤고 항구도시 이스켄데룬의 도로변에는 도로 한쪽이나 부서진 건물 한쪽에 모닥불을 피우고 삼삼오오 불을 쬐고 있었다.
9일(현지시간) 강진 피해를 입은 튀르키예 하타이주 벨렌의 이재민 대피소에서 이재민들이 추위 대비를 위해 옷가지를 고르고 있다. 2023.2.9/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
낮동안 응급구조대는 폐허 속에 갇힌 이들이 내는 소리나 숨소리를 듣기 위해 사람들에게 주기적으로 조용히 할 것을 청했는데 살아남은 사람들은 그 순간이 고통스럽다. 눈앞에서 죽어간 가족의 모습이 떠오르고,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모를 가족이나 친구가 겪고 있을 고통이 엄습하기 때문이다.
시리아의 잔다리스 마을의 이브라힘 칼릴 멘카윈이라는 남성은 하얀 시신용 가방을 안고 잔해가 널려 있는 거리를 걷고 있었다. 언제라도 가족의 시신이 발견되면 담기 위해서다. 그는 아내와 두 명의 형제를 포함한 가족 7명을 잃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구조대원들이 내 남동생과 내 남동생의 어린 아들, 그리고 그의 아내(시신)를 데리고 나올 때를 대비해 이 가방을 들고 있다”고 말했다. 살아있는 가족을 만나기보다는 시신 수습이 더 현실이 된 것이다.
USA투데이에 따르면 일부 지역에서는 생존자를 찾을 가능성이 줄면서 건물 철거가 시작됐다. 당국은 다른 지역처럼 파괴가 심하지 않은 킬리스와 샤늘르우르파 시에서 수색과 구조 작업을 중단했다. 푸아트 옥테이 튀르키예 부통령은 디야르바키르, 아다나, 오스마니예에서 구조작업이 대부분 완료됐다고 말했다.
지진 발생 후 정부의 구조 노력도 늦었고, 구호품 전달도 지연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튀르키예인들의 분노도 높아지고 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 중 하나인 아디야만주에서 한 남성은 “지진으로 죽지 않은 사람들이 추위 속에서 목숨을 잃었다”고 말했다.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규모 7.8의 지진 피해를 입은 남부 카라만마라슈 지역을 방문한 뒤 생존자들을 위로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영 기자 |
하지만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대응에 부족한 점도 있지만 이같은 종류의 재난에 대비가 되어있기란 불가능하다”고 말해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한편 구호 사각지대인 시리아 반군 지역으로 유엔 구호대가 9일(현지기간) 처음으로 도착했다. 바브 알하 통로는 튀르키예에서 반군이 장악한 시리아로 민간에 구호 물자를 전달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로 알려져 있다. 이 곳이 지진으로 도로가 파손됐다가 이제 복구된 것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이 구호품을 전달하기 위한 루트가 더 있다면 매우 행복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시리아 정부는 튀르키예로부터 반군이 장악한 지역으로 물품을 전달하는 것이 주권과 영토 보전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