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헌(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K팝 등 K콘텐츠가 세계적 열풍이지만, 정작 한국어를 가르치는 세종학당은 수강생 감소와 교원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년째 지원 규모가 사실상 동결된 데다 외교현안까지 겹치며 운영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지적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세종학당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해외 88개국 256개 세종학당의 총 수강생 수는 11만 6227명으로 2023년(12만 7894명)보다 1만 1167명, 약 8.8% 감소했다. 2020년 7만 6528명에서 2023년까지 3년간 67% 급증했지만 지난해를 기점으로 성장세가 꺾인 것이다.
예산 문제도 있다. 고환율·고물가에도 불구하고 세종학당 평균 지원금은 2022년 6700만 원, 2023년 7600만 원에 이어 2024년에도 7600만 원으로 제자리걸음이다. 올해는 오히려 7000만 원으로 줄었다. 운영 인력 확보와 시설 운영비 마련이 더욱 어려워진 셈이다.
외교 현안도 수강생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한한령(限韓令·한류금지령) 여파가 지속된 중국은 2023년 1만419명에서 2024년 7427명으로 약 24.9% 줄었다. 러시아는 전쟁 장기화로 같은 기간 7750명에서 6032명으로 약 22.2% 감소했다. 중국 칭다오 학당은 2169명이었던 수강생이 383명으로 무려 82.3% 급감했다.
교원난은 더욱 심각하다. 2024년 인도 푸네는 교원 3명이 2697명을 맡아 1인당 899명을 담당했다. 중국 상하이 한국문화원은 교원 2명이 1090명을, 남아프리카공화국 한국문화원은 교원 1명이 521명을 담당했다. 베트남 거점 학당도 교원 7명이 3185명을 가르쳐 1인당 455명꼴이다. 사실상 ‘초과밀 수업’ 상황이다.
코로나19 시기 비대면 수업에서 대면 수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도 일부 이탈이 발생했다. 세종학당재단은 앞으로 대면·비대면 병행 수업을 확대하고, 재단 사업 지원·홍보 강화, 컨설팅 등을 통해 운영을 활성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조 의원은 “케이팝과 드라마 등 K-콘텐츠로 한국문화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세종학당은 한국문화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전략적 거점”이라며 “정치·외교적 변수가 장애가 되지 않도록 현지 맞춤형 운영과 온·오프라인 병행 수업을 통해 안정적인 문화교류의 통로로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