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이던 경의선·동해선의 남북 연결도로를 15일 끝내 폭파했다. 장기간 중단됐던 개성공단·금강산 관광사업도 복구가 불가능하게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정오쯤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의 군사분계선(MDL) 이북 일부 구간을 폭파했다.
경의선과 동해선은 모두 철도로 먼저 연결됐다. 경의선은 서울에서 시작해 북한의 개성·평양을 지나 신의주에 이르는 총연장 499km의 철도로, 러·일 전쟁 중이던 일본이 군수용 물자를 수송하기 위해 1906년 처음 개통했다. 동해선은 강원도 양양에서부터 원산시 금강산을 잇는 총연장 180km의 철도로 1937년 개통됐다.
이후 2000년대 ‘남북 협력의 시대’가 열리며 차가 통행할 수 있는 도로까지 건설됐고, 한동안 남북 간 화해와 소통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 2007년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방북하면서 경의선을 거쳐 평양으로 향했다. 도중에 차에서 내려 직접 걸어서 군사분계선을 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경의선은 개성공단에 입주한 한국 기업 관계자들과 물자가 북한을 오가던 유일한 통로로, 동해선은 금강산 관광 및 이산가족 상봉 등을 위한 경로로 활용됐다.
하지만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2016년 개성공단 폐쇄·2020년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 냉온탕을 오갔던 남북관계 역사 속에서 풍파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간헐적으로 이산가족 상봉이 진행될 때마다 남북 간 육로는 새삼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2018년 시작된 비핵화 협상의 결렬과 북한의 핵무장 추진으로 남북관계가 다시 악화되면서 되돌리기 쉽지 않은 단절을 맞이하게 됐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버리고 남북이 ‘두 국가’로 제각기 살아가자고 선언한 뒤 단절 조치를 심화했다.
경의선·동해선 도로 인근에서 불모지 작업과 지뢰 매설, 침목·레일 및 가로등 철거, 열차 보관소 해체 등의 움직임이 지속적으로 포착됐고, 지난 3월에는 동해선 도로 펜스를 철거하고, 4월엔 경의선 도로의 가로등을 철거하면서 육로 연결도로의 불능화 조치를 이어갔다.
이어 지난 9일 북한군 총참모부는 “대한민국과 연결된 우리 측 지역의 도로와 철길을 완전히 끊어버리고 견고한 방어축성물들로 요새화하는 공사를 진행한다”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하고 엿새 만에 폭파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