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폭탄’ 직격으로 중부·남부지방에 잇따른 인명피해가 속출하면서 숨진 유족들의 안타깝고 가슴아픈 사연도 이어지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소방당국이 16일 오후 6시까지 ‘청주 오송 지하차도 침수참사’로 인해 발생한 인명사고로 사망자 9명, 실종자 9명, 부상자 10명 등으로 집계했다.
여느때와 같이 아침에 출근해 시민들의 발이 돼줬던 청주 급행버스 747번 버스기사.
이날 간밤에 쏟아진 장맛비에 수도없이 다녔던 미호강을 건너는 미호천교가 침수로 통제됐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저 ‘우회하라’는 지시에 그는 궁평2지하차도에 들어섰지만 이후 나오지 못한 채 고립돼 숨졌다.
같은 시간과 공간 내 그의 버스에 있던 70대 여성은 오송읍으로 부지런히 출근 중이었다. 아들에게 전화해 비 피해는 없는지 먼저 전화했던 해당 여성은 그날 아들과의 전화가 이날 마지막이었다.
처남은 가까스로 지하차도를 빠져나왔지만 30대 청년은 쏟아지는 빗물을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다. 사고 1시간여 만에 구조됐으나 숨을 거뒀다.
이날 오전 11시30분 전북 익산시 용안면 용안초교 강당. 연일 쏟아진 폭우로 금강 하류에 있는 산북천이 범람하자 이곳으로 몸을 피한 용두마을 주민 A씨(61·여)는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92세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는데 혹시 몰라 두꺼운 이불과 베개만 챙겨서 급하게 나왔다”며 “40년 동안 농사짓고 살면서 이런 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3000평 규모의 수박 농사와 2000평 규모의 벼농사를 짓고 있다고 한다.
김씨는 “밤낮으로 일하며 자식처럼 애지중지 수박을 키웠는데 이번 비 피해로 비닐하우스가 물에 다 잠겼다”며 “피해 금액만 5000여만원에 달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마을 전체 논·밭, 축사에 다 물이 차올라 완전히 바다가 됐다”며 “냉장고, 농가용 플라스틱 깔판 등이 둥둥 떠다니고 가축들도 고립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16일 오전 집중호우로 인해 산사태가 발생한 경북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에서 119구조대 등 소방 당국이 실종자 수색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3.7.16/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
토사로 고립돼 탈출했지만 결국 숨진 사례도 있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전날 오전 2시45분쯤 경북 예천군 감천면 진평리에서 산 사면이 붕괴돼 주택에 있던 70대 주민이 자력으로 탈출했지만 그의 아내는 토사에 매몰됐다.
구조당국이 현장으로 출동했다. 하지만 그들이 거주한 주택으로 향하는 길목에 토사가 많이 싸여 진입에 실패했다. 다행히 해당 70대 주민은 이날 오전 7시30분께 자력으로 탈출해 병원으로 이송했다.
중상을 입은 그는 병원에서 회복하지 못하고 사망 판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내는 현재 실종상태로 구조당국이 수색하고 있다.
한편 중대본은 지난 9일부터 내린 비로 발생한 인명 피해는 이날 오후 6시 기준으로 사망 37명, 실종 9명, 부상 35명 등으로 집계했다.
호우로 인한 피해가 아닌 ‘안전사고’는 사망 4명, 실종 1명이다.
16일 오후 충남 논산시 성동면 원봉리가 논산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가운데 농경지로 하천물이 끊임 없이 밀려들어오고 있다. 논산시는 지난 13일부터 누적 강수량 357mm 이상의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주택과 농경지 곳곳에서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2023.7.16/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