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휘발유 가격이 9개월래 최고로 급등하면서 내년 대선을 앞둔 미 워싱턴 정가에 새로운 우려를 안기고 있다.
6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사우디와 러시아가 원유 공급을 줄여 올 여름 세계 원유 가격이 20퍼센트나 급등해 휘발유 가격까지 이같이 올라갔다. 우크라이나전쟁 발발 후에 유가는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선 바 있지만 그후 안정을 되찾았다. 하지만 지난 4일 기준 서부텍사스산원유 가격은 배럴당 82달러를 넘어섰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86.65달러로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평균 휘발유 가격도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사상 최고치로 뛰어올랐다가 지난해 하락했다. 그러나 지난 한 달 동안 갤런당 3.83달러로 거의 10% 올랐고 바이든이 취임했을 때보다 약 60%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유가가 다시 치솟자 일부 전문가들은 올해 유가가 1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는 내년 대선을 앞둔 워싱턴 정가에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컨설팅업체 엔베루스는 글로벌 수요 급증과 공급 증가세 약화로 브렌트유가 연말 전 배럴당 100달러까지 갈 것으로 보고 있다.
워싱턴 소재 컨설팅 회사인 래피던 에너지그룹의 대표이자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전 고문인 밥 맥널리는 “백악관은 전면적인 공황 상태에 있다”면서 “현직 대통령은 기름값이 오르면 소비자 신뢰와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아지기에 위협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주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앞으로 몇 달 동안 원유시장이 크게 긴축될 것이라고 경고했음에도 기존 원유 감산조치를 9월까지 연장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5일에는 아시아에서 자국 원유 가격을 인상하기까지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2년간 사우디에 더 많은 석유를 생산할 것을 반복적으로 요구했지만 이를 무시하고 지난해 오펙플러스(OPEC+)는 현재와 같은 공급 감축을 시작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이션을 가라앉힌 것과 기록적인 일자리 창출을 업적으로 내세우며 최근 몇 주 동안 자신의 ‘바이드노믹스’를 선전했다. 하지만 연료 가격이 오르면 에너지 정책 실패가 공화당의 공격 초점이 될 것이다.
지난주 러시아 흑해 유전 노보로시스크에서 우크라이나 드론이 군함을 공격한 것도 우려를 안겨주고 있다. 이후 크림반도 인근에서 러시아 유조선이 공격을 받았는데, 이는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으로 예기치 않게 에너지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골드만삭스의 분석가들은 지난 주 여름 항공 및 도로 여행의 급증, 미국과 인도의 경제 회복력, 중국의 예상보다 강한 석유 수요로 인해 7월 세계 석유 수요가 사상 최고치인 하루 1억280만 배럴을 경신했다고 말했다.
골드만의 글로벌 상품 연구 책임자인 제프 커리는 “지난 3~4주 동안 경기 침체와 중국 붕괴에 대한 두려움이 대폭 감소했고, 그것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다시 석유로 가져왔다”고 전했다.
워싱턴과 유럽의 정치인들은 연료 가격 급등에 대비하고 있다. 지난 주 영국의 리시 수낵 정부는 북해 석유와 가스 개발 면허를 대량 내주겠다고 밝혔다.
시장 분석가들은 러시아가 작년에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줄이기로 결정한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미국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내년에 석유 수출을 무기화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공화당 대선 선두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는 당선될 경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협상하도록 강제할 것임을 시사했다. 석유 가격 상승은 바이든-트럼프 접전에서 바이든에게 불리하게 영향을 미칠 여지가 많다.
분석가들은 백악관이 석유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지난해 비상 비축량을 대량 내놓았기에 새로운 가격 상승을 억제할 여력이 줄어들 것으로 보았다. 지난해 조치들로 미 전략적비축유(SPR)는 1984년 이후 최저 수준이 됐다. 그리고 바이든 정부는 다시 오펙을 이끄는 사우디에 다시 도움을 요청해야할 수도 있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본다.
RBC 캐피털 마켓의 헬리마 크로프트는 “비축유 방출이 더 이상 가격을 떨어뜨릴 방법이 아닌 상황에서 대체 옵션은 기름값이 통제 불가일때 사우디가 개입하도록 사우디와 더 나은 관계를 맺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