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간) 열린 한미정상회담 이후 한중 및 미중 갈등이 재차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서 채택한 공동성명에 ‘대만해협’에 관한 내용을 명시하자 중국 당국이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하나의 중국'(一個中國)이란 중국 대륙과 홍콩·마카오·대만은 나뉠 수 없는 하나이고, 중국의 합법적 정부 또한 오직 ‘중화인민공화국’ 하나란 중국 당국의 대외 기조를 말한다.
중국 당국은 이에 근거해 미국 등 각국 당국자들이 대만 관련 언급을 할 때 마다 ‘내정간섭’이라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마오 대변인도 이날 “대만 문제는 순전히 중국의 내정이고 중국의 핵심 이익 중 핵심”이라며 어떤 외부 세력의 간섭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특히 대만은 중국 영토의 일부라며 “2개의 중국을 만들려는 외부 세력이야말로 대만해협의 현황(현상)을 파괴하는 주범”이라고 날을 세웠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역내 안보·번영의 필수 요소로서 대만해협의 평화·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특히 “불법적인 해상 영유권 주장, 매립지역의 군사화 및 강압적 행위를 포함해 인도·태평양 내 그 어떤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도 강력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한미정상 공동성명에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 반대’란 문구가 들어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표현은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중국의 역내 확장 움직임을 비판할 때 쓰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로이터=뉴스1 |
동시에 중국 당국은 한미 정상들이 이번 회담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강화하는 내용의 ‘워싱턴 선언’을 발표한 데 대해서도 강력 비판했다. 미 정부는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워싱턴 선언’의 개략적 내용을 중국 측에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마오 대변인은 한반도 문제에 대해선 대화·협상을 통한 정치적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지 “일부러 긴장을 조성하고 위협을 과장해선 안 된다”며 미국이 “지정학적 사리사욕을 위해 지역 안보를 고려하지 않고 한반도 문제를 확대하고 긴장을 조성했다”고 주장했다.
마오 대변인은 미국의 ‘냉전적 사고’ ‘진영 대결 선동’은 “한반도 비핵화 목표에 배치된다”며 “중국은 결연히 반대한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북한이 작년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재개하는 등 연이은 무력도발로 한반도 일대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켜 오는 동안 그에 대해 비판을 가하기보단 ‘미국 책임론’과 ‘제재 무용론’을 주장하며 북한을 애써 두둔해온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마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워싱턴 선언’에 담긴 ‘미 해군 핵추진 탄도미사일 잠수함(SSBN)의 한반도 전개’와 관련해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일각에선 미 SSBN의 한반도 전개는 대북 억지 효과뿐만 아니라 중국이나 러시아 견제도 노린 것이란 해석을 내놓는다.
미 해군의 오하이오급 SSBN에 탑재하는 ‘트라이던트-Ⅱ’ 미사일의 사거리가 1만2000㎞에 이르는 점을 감안할 때 “대북 억제만을 목적으로 한다면 굳이 우리나라에 기항토록 하거나 근해에 보낼 이유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중국은 향후 한미정상 공동성명이나 워싱턴 선언 등의 내용이 구체적인 이행 단계로 돌입할 때를 더욱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 위원은 “현재 한중관계는 양자관계를 떠나 (미중패권 경쟁 등에 따른) ‘종속변수’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우리나라가 운신할 수 있는 공간이 더 줄어들 수 있는 만큼 (미국의) 중국 압박 구도에서 우리가 앞서갈 필요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한미정상 공동성명엔 “‘대만해협의 평화·안정 유지가 중요하다’는 원칙적 입장과 ‘일방적인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국제사회의 보편적 원칙이 반영됐다”며 “중국 측과 필요한 소통을 유지해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