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포르노 여배우 성추문 대납 의혹으로 역대 미국 대통령 최초로 뉴욕 맨해튼 대배심의 기소가 결정된 가운데 오는 2024년 대선을 앞두고 자신에게 닥친 또 한 번의 정치적 위기를 타개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이 가운데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오랜 법적 전술인 ‘공격과 지연'(Attack and Delay)을 소개하며 “두 전술은 트럼프가 그의 성인기 대부분의 법원 사건에서 선호하는 전략이자 지난 수십 년에 걸쳐 많은 법적 소송에서 주기적으로 그러한 전술에 의존해왔다”고 밝혔다.
NYT는 “지난 40년 넘게 민사 법원에서 고소와 기소에 시달리던 그는 최근 몇 년간 연방범죄 수사, 의회 조사, 및 두 번의 탄핵 위기에 직면했었다”며 “그는 법학 학위도, 공식적인 법률 교육도 받지 않았지만 긴 시간 동안 자신이 고용한 변호사들보다 더 잘 안다고 생각해 자주 해고했고, 수임료 지급 연기로 법조계에서 악명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가 만약 자신의 오래된 법적 플레이북을 고수한다면 이는 자신에게 불리한 범죄 혐의와 싸우는 데 있어 그의 전략이 될 것”이라며 “사실 해당 사건과 관련된 판·검사 모두에 대한 그의 공격은 이미 시작됐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소된 지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지난달 31일 오전 자신이 만든 소셜미디어 ‘트루소셜’에 담당 판사인 후안 M. 머천 판사를 저격했다. 그는 오는 4일 자신의 기소인부절차를 담당하는 머천 판사에 대해 “이번 나의 ‘마녀사냥’ 재판을 맡은 머천 판사는 나를 증오하는 사람”이라며 “그는 나의 가족기업과 앨런 와이셀버그 전 트럼프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악랄하게 다뤘다”고 적었다.
머천 판사는 지난해 트럼프 일가의 부동산기업 트럼프그룹을 상대로 한 세금 사기 혐의 등 재판에서 17건의 유죄를 판결한 바 있다. ‘트럼프의 회계사’로 알려진 와이셀버그는 당시 재판 과정에서 지난 15년간 세금 사기 등 자신의 15개 혐의를 모두 인정했고 100일형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트럼프는 또 이번 기소를 주도한 앨빈 브래그 뉴욕 맨해튼 지검장을 향해서도 “미국을 진정으로 싫어하는 타락한 사이코패스”라고 저격했다. 앞서 그는 뉴욕 대배심이 자신에 대해 기소 결정을 내리자 “정치적 박해, “마녀사냥”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반발했다.
공격과 더불어 지연전술은 그의 오랜 사업 분쟁뿐만 아니라 법적 문제에 직면했을 때 사용했던 방법으로 그가 자주 쓰는 전략이다.
2018년 대통령 재임 시절 그는 자신의 탄핵을 주도하는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의 청문회 출석과 자료 제출을 거부하며 의회의 소환이 적법한가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간을 벌었다. 2019년 세금 신고서 관련 검찰의 서류 제출 요구를 막기 위해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18개월간 수사를 지연시킨 바 있다.
크리스토퍼 M. 키세 트럼프 변호사는 그가 자주 사용하는 이 같은 접근법을 옹호하며 많은 법적 사건에서 사용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노련한 변호사라면 누구나 조언할 수 있는 전략이고 효과가 있다”며 “효과가 있는 이유는 그것이 올바른 전략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트럼프가 이번 사건에서는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번 사건에서 투명성은 그의 편”이라며 “더 많은 사실이 공개될수록 대중은 이 사건에 담겨 있는 부당함과 조작 수준에 대해 진정으로 분노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조 타코피나 트럼프 변호사에 따르면 그가 4일 오후 2시15분경 기소인부절차를 위해 법원에 출석해 무죄를 주장할 예정이다. 기소인부절차는 피고인에게 기소 사유를 고지하고 재판부가 기소 사실에 대한 인정 혹은 부인 여부를 피고인에게 심문하는 과정이다. 이후 그는 오후 8시15분경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자택 마러라고에서 지지자들을 상대로 연설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