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영박물관 직원이 수년간 소장품 1500여 점을 훔치거나 파괴한 사건으로 관장이 25일(현지시간) 사임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하트윅 피셔 대영박물관장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다”면서 관장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지난 21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대영박물관 직원 한 명이 수년 동안 소장품 1500점 이상을 절도하거나 손상시켰다고 보도했다.
사라진 소장품은 대부분 기원전 15~19세기에 제작된 장신구와 보석 등이었다. 이 유물은 아직 대중에 공개되지 않은 채 학술 또는 연구 목적으로 보관돼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물관 측은 이후 성명을 내고 문제의 직원을 해고하고 경찰에 알렸다고 발표했다. 텔레그래프는 이 직원이 30년 이상 이 박물관에서 일했던 지중해 문화 담당 큐레이터라고 전했다.
런던 경찰은 전날 한 남성이 체포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사관과 인터뷰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과 관련해 피셔 관장은 “그가 소장품을 가져가도록 허용한 건 절차적 실패이며, 그 실패에 대한 책임은 궁극적으로 관장에게 있다”고 말했다.
영국 BBC방송은 대영박물관이 2021년 한 골동품 판매상으로부터 이베이에서 사라진 소장품이 판매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지만 이를 무시했다고 보도했다.
피셔 관장은 “대영박물관은 2021년에 받은 경고와 현재 완전히 드러난 문제에 대해 마땅히 해야 할 만한 포괄적인 대응을 하지 않은 게 분명하다”고 인정했다.
1753년 설립된 대영박물관은 이집트 미라 등을 포함해 약 800만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박물관 중 하나다. 소장품 800만점 가운데 공개 전시 중인 소장품은 약 1%에 해당하는 8만점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