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송파우체국에서 정체불명의 우편물이 발견됐다. (송파소방서 제공) |
전국에서 독극물로 추정되는 국제우편물이 배달돼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경찰 등 관계당국은 해당 우편물을 밀봉 후 경찰특공대에 보내고 현장 출입을 통제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
경찰은 대만 등 해외에서 발송된 수상한 우편물을 수취할 경우 이를 개봉하지 말고 가까운 경찰서로 신고할 것을 당부했다.
21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쯤 서초우체국에서 대만발 국제우편물로 보이는 수상한 소포가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오후 4시6분쯤엔 명동 서울중앙우체국에도 유사한 신고가 접수돼 건물이 전면 통제되고 1700여명이 밖으로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경찰 및 소방당국이 출동해 접수 내용을 확인한 결과 해당 소포는 대만에서 온 정체불명의 ‘노란 소포’로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의심 물질이 들어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오후 6시36분 기준 우체국 등 건물 출입 통제는 해제된 상태다.
용산우체국에도 해외에서 발송된 우편물 2개가 접수돼 경찰과 소방당국이 현장 출동했다. 오후 7시26분 기준 경찰은 용산우체국 직원들을 대피시키고 현장 출입을 전면 통제 중이다.
송파우체국에도 오후 5시13분쯤 유해물질로 추정되는 노란색 봉투가 발견돼 경찰 및 소방당국이 건물 출입을 통제하고 해당 우편물을 수거했다.
은평우체국에도 이날 오후 5시20분쯤 발송지가 대만으로 추정되는 우편물이 접수돼 직원들이 경찰에 신고하는 소동이 발생했다. 오후 7시10분 기준 은평우체국 출입은 전면 통제된 상태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해당 물질을 밀봉 조치 후 경찰특공대로 이송했다.
광진우체국에서도 오후 5시56분 폭발물 의심 사례가 신고됐지만 수취인이 분명하고 특이사항이 없어 사건이 종결되기도 했다.
21일 오후 3시26분께는 인천시 부평구 부개동 한 주택 우편함에 대만발 국제우편물이 발송돼 있다는 신고가 112로 접수돼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사진은 이 주택 담장에 놓여 있던 해당 우편물(인천소방본부 제공)2023.7.21/뉴스1 © News1 박아론 기자 |
◇ 용인·울산·대전·인천 등 전국 곳곳 ‘노란 봉투’ 신고
서울 외에도 지금까지 같은 우편물 신고가 접수된 곳은 울산·제주·대전·경기남부·경남지방경찰청 등이다.
경찰에 따르면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이날 오전 11시10분께 용인시 처인구의 한 공장에 수취인만 적힌 우편물 1개가 도착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해당 우편물은 검은 비닐봉지에 쌓여 있었고 수취인명은 러시아 이름으로 추정되는 외국인으로 표시됐다. 이 우편물도 대만에서 발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자는 해당 우편물을 개방, 아무런 내용물은 발견하지 못했으나 울산지역의 한 장애인복지시설에는 기체 독극물로 의심되는 소포가 배송됐다는 언론보도에 따라 경찰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과학수사대와 군 화학부대를 지원 요청해 우편물 내 기체 등이 있을 가능성을 두고 면밀히 분석했으나 아무런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신고자는 119와 전문의 소견을 통해 별다른 이상 증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경찰은 당장에 증상이 없어도 잠복기를 거쳐 이상 증상이 있을 수 있다는 판단에 신고자를 추적 관찰하기로 했다.
대전경찰청도 이날 오전 11시18분께 대전시 동구 주산동의 한 주택에서 “대만에서 알 수 없는 국제우편이 왔다”는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곧바로 소방당국과 군, 화학물질안전원 등 관계기관에 공조요청을 하고 현재 우편물을 밀봉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성분분석을 의뢰했다.
분석 결과 내용물은 추정대로 단순 화장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경찰은 신고지 인근에서 우즈베키스탄에서 보낸 국제택배를 추가 발견, 유사한 신고를 몇 건 더 접수해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해당 택배는 지난 8일 발송된 것으로 수신자는 신고자가 모르는 인물로 적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에서도 이날 오후 3시26분쯤 인천 부평구 부개동의 한 주택에서 테러 의심 우편물이 배달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인천 부평구청은 이날 오후 5시57분쯤 “대만발송 유해물질로 의심되는 해외 우편물을 수령 했을 경우 개봉하지 말고 즉시 112나 119고 신고해 달라”는 안전안내문자를 보냈다.
20일 제주지역에서도 대만에서 발송된 노란색 봉투의 우편물이 접수돼 경찰이 조사를 벌였다.
신고자는 지난 11일 주거지 우편함에서 해당 소포를 발견한 뒤, 주문한 적 없는 물건이어서 곧장 쓰레기통에 버렸으나 울산지역 사례가 전해져 전날 경찰에 신고했다.
소포 안에는 화장품으로 추정되는 튜브형 용기 2개가 투명지퍼백에 담겨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도와 제주경찰 등은 지퍼백을 개봉하지 않은 상태로 폭발물·방사능·화학물질·생화학 여부를 검사한 결과 모두 음성 또는 불검출됐다고 전했다.
도와 경찰은 군으로 소포를 인계할 예정이며 정확한 검사결과는 2주 이상 걸릴 예정이다. 신고자의 건강상태는 양호하며 특이사항은 없었다고 도는 전했다.
◇ 말레이시아에서 온 정체불명 우편물도 신고 접수
대만 외에도 말레이시아에서 건너온 정체불명의 우편물 신고도 접수됐다.
경남경찰청도 이날 오전 8시58분께 함안경찰서 칠원지구대에 독극물로 의심되는 해외 배송 우편물을 받았다는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신고자는 두 달 전, 수취인 불명의 해외발송 우편물을 받아 자신의 회사에서 보관하다 울산 사례 소식을 듣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긴급현장상황반과 과학수사팀, 대테러계 화생방연구사, 특공대를 현장에 투입해 우편물을 확보해 인근 함안종합운동장으로 옮겼다.
손바닥 크기의 하얀색 봉투에 들어있던 우편물은 여러 번 접혀있는 파란색 종이 1장으로 확인됐다. 발송지는 말레이시아로 파악됐다.
경찰에서 군, 소방 등과 함께 우편물에 대한 화생방 간이검사 결과 독극물 반응 등 특이점은 발견하지 못했다.
전북지역 곳곳에서 ‘정체불명의 우편물이 배달됐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됐다. 각 지자체는 안전안내문자를 통해 “출처가 불분명한 해외 우편을은 열지말고 112나 119에 신고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울산에서는 전날 낮 대만발 우편물이 배송돼 이를 열어본 시설 관계자 3명이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쓰러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제주와 대전, 경남, 인천 등지에서도 테러 의심 우편물이 배송돼 경찰이 수사를 하고 있다.2023.7.24/뉴스1 © News1 이지선 기자 |
◇ 국과수에 정밀감식 의뢰 예정…일부 어지럼증 및 호흡불편 증상 호소
경찰은 우편물을 밀봉한 상태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정밀감식을 의뢰할 예정이다.
앞서 전날 낮 12시30분께 울산시 동구 소재 한 장애인복지시설에 대만에서 온 우편물이 배송, 직원 3명이 확인하자 어지럼증과 호흡불편 증상을 호소했다. 발신자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해당 물질은 무색, 무향의 기체로 파악됐다. 현재 직원들의 생명에는 지장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 당국은 해당 물질이 어떤 물질인지 확인하기 위해 시료를 채취해 국방과학연구소에 검사를 의뢰했다.
경찰 관계자는 “앞선 간이검사 결과에선 방사능이나 화학물질에 대한 특이점이 없었다”며 “해당 우편물이 ‘브러싱 스캠(Brushing Scam)’의 일종일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수사에는 큰 무게를 두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브러싱 스캠은 일부 인터넷 판매자들이 판매 실적을 부풀릴 목적으로 주문받지도 않은 물건을 불특정 다수에게 무작위로 뿌리는 행위를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