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맞서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현금이 많이 필요한 시기에 최빈국들이 세계 부채 위기의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20일(현지시간) AFP통신은 프랑스 파리에서 22~23일 열리는 ‘새로운 글로벌 금융협정을 위한 정상회담’을 앞두고 최빈국의 부채 문제가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빈국들은 코로나19 발발 이전부터 빚더미에 올라 있었으나 수 년에 걸친 봉쇄 기간 동안 경제를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돈을 빌려야 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 세계 식량과 연료 가격이 상승하고,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각국 은행들이 금리를 올리자 최빈국들은 자칫하면 와르르 무너질 수 있는 일촉즉발의 위기에 놓였다.
클레멘스 랜더스 글로벌개발센터 선임연구원은 “이는 국가들이 부채를 차환하거나 인프라 또는 기후변화 프로젝트를 위해 차입할 수 있는 능력이 훨씬 작아졌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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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시간) 6일 동안 대규모 정전사태로 급수가 중단되자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의 주민들이 아빌라 국립공원에서 물을 받기위해 물통을 쌓아놓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25국이 정부수입 20% 빚 갚는데 써…부채비율 가장 높은 나라는 베네수엘라
유엔개발계획은 지난 3월 전 세계에서 25개국이 정부 수입의 5분의 1 이상을 대외 부채 상환에 지출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2021년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베네수엘라(240.5%) △수단(181.9%) △에리트레아(176.25%) △레바논(150.6%) △카보베르데(142.3%) △수리남(125.7%) △몰디브(124.8%) 등이 꼽혔다.
세계은행의 최근 세계 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개발도상국의 부채는 2021년 9조달러(1경1642조원)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개발도상국의 채무불이행을 막자는 취지에서 미국과 일본 등 주요 채권국 22곳으로 구성된 ‘파리 클럽’이 1956년 결성됐지만, 최근 중국이 전통적인 채권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대부국’으로 부상했다.
특히 아프리카에서 중국은 국제통화기금(IMF)과 같은 서방 중심의 기관과 경쟁하는 구제금융 기관으로 부상했다. 인도와 사우디아라비아 또한 신흥 채권국이 되고 있다.
그러나 최빈국 부채의 대부분은 민간은행의 손에 있다고 IMF는 지난해 12월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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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 장관이 13일 (현지시간) 워싱턴에서 8년만에 개최된 ‘미국-아프리카 정상회의’ 중 평화와 안보 및 거버넌스 포럼에 필리프 뉴시 모잠비크 대통령, 하산 셰이크 모하무드 소말리아 대통령, 모하메드 바줌 니제르 대통령과 도착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최빈국 부채가 기후위기에 미치는 영향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지속가능한 금융 전문가 그룹에 따르면, 개발도상국은 기후변화에 대한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2030년까지 매년 2조~2조8000억달러를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부채 수준이 높으면 자금을 마련하기가 어려워진다.
특히 아프리카 국가들은 가뭄과 홍수 등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의 영향에 가장 많이 노출돼 있으나,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에 불과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글로벌 부채 구조조정’에 달려 있다고 AFP는 전했다.
지난 2020년 중국을 포함한 주요 20개국(G20) 그룹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위기에 처한 빈곤국의 부채를 탕감하자는 목적에서 공동 프레임워크를 결성하기로 합의했다.
이 절차는 아프리카 잠비아가 약 173억달러(약 22조원)로 추정되는 대외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지면서 시작됐다. 잠비아의 총대외공적재무 중 3분의 1 이상은 중국에 진 빚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G20의 채무 구조조정 움직임이 너무 느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약 2년 동안 부채 구조조정 협상을 해 온 잠비아는 이번 주 이번 주 협상 타결을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