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부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2일(현지시간) 새벽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최소 2명이 숨지고 28명이 부상했다. 당국은 달아난 용의자의 행방을 쫓고 있다.
AFP 통신과 CNN 방송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30분쯤 복수의 용의자가 볼티모어 남부 브루클린의 주택가 골목에서 열린 ‘브루클린 데이’ 행사장에서 시민들을 향해 총격을 가했다. 브루클린 데이는 지역 연례행사로 시민 수백명이 사건 현장에 모여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볼티모어 경찰은 이 사고로 지금까지 2명이 숨지고 28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18세 여성은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20세 남성은 병원으로 이송된 직후 사망했다.
부상자들은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고 이날 오후 기준으로 9명이 병원에 남아 있았다. 3명은 중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상자 나이는 13세에서 32세 사이며 이 중 절반은 18세 미만 청소년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을 조사 중인 경찰은 시민들에게 용의자 정보를 적극 제보해 달라고 호소했다. 리처드 월리 볼티모어 경찰서장 대행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소 2명 이상의 총격범이 행사장 내 사람들에게 총격을 가했다”며 현재로선 “표적이 있었는지 아니면 무차별 총격이었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또한 월리 서장대행은 행사가 허가 없이 진행됐으며 경찰이 행사를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총격 전 행사장에 경찰이 배치됐는지 등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실수했다면 이를 바로 잡겠다”면서도 “행사가 있다는 점을 알지 못했다”고 했다.
브랜든 스콧 볼티모어 시장은 “사건에서 총에 맞은 사람이 우리의 아들, 딸, 형제, 사촌이라고 생각해 달라”며 시민들의 제보를 당부했다. 또한 용의자를 상대로 “당신을 찾을 때까지 멈추지 않겠다. 반드시 찾아내겠다”며 “그때까지 숨 쉴 때마다 당신이 앗아간 생명에 대해 생각하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미국 내 총격 사건을 추적하는 비영리기구 총기 폭력 아카이브(GVA)에 따르면 지난해 2만4090명의 극단적 선택을 포함해 총기 사건으로 인해 미국에서만 4만4357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된다. 4명 이상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을 ‘총기난사’로 규정한 GVA에 따르면 이날 벌어진 사건은 올해 들어 미국에서 발생한 338번째 총기난사다.
좀처럼 끊이질 않는 총격 사건에 민주당 소속인 주지사와 시장은 총기 규제 필요성을 역설했다. 스콧 시장은 “무모하고 비겁한 폭력 행위가 두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고 수 많은 이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며 “이 나라의 심각한 총기 문제와 불법 총기에 대한 접근성을 보여준다”고 했다. 그는 2020년 총격 사건을 줄이겠다는 공약으로 당선됐다.
웨스 무어 메릴랜드 주지사도 “총격 사건이 우리 주와 미국을 계속 황폐화하는 것을 충분히 지켜봤다”며 “총격이 계속 발생한다는 건 끔찍한 일이다. 재발 방지를 위해 주 정부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무어 주지사는 지난 5월 총기 규제를 강화하는 안전 조치에 서명했다는 이유로 전미총기협회에 의해 고발됐다.
볼티모어 브루클린은 노동자 계층이 모여 사는 마을로 높은 실업률과 범죄율로 고통받아 왔다. 필리샤 포터 볼티모어 시의원은 “브루클린은 예전부터 항상 소외된 지역이었다”며 “우리가 함께 연대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