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에서 가장 야구를 잘 하는 선수들이 총 출동하는 ‘야구 월드컵’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다음달 열리는 제5회 대회에서도 현역 메이저리거들이 대거 출격한다.
특히 미국, 도미니카공화국, 푸에르토리코, 베네수엘라 등 일부 국가들은 엔트리 전부 혹은 대부분이 빅리거들로만 구성됐을 정도로 멤버가 화려하다.
한국은 당초 3명의 빅리거가 포함됐지만 최지만(32·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이 구단의 반대로 출전이 무산돼 2명만 남게됐다. ‘이름값’으로만 놓고보면 한국의 로스터는 다소 처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두 명이 ‘수비의 핵’인 키스톤 콤비를 이룬다. 바로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과 야구대표팀 사상 최초 ‘한국계’로 태극마크를 단 토미 현수 에드먼(28·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주인공이다.
2021년에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한 김하성은 2년차인 지난해 주전급 선수로 도약했다.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의 부상으로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찬 김하성은 물오른 수비로 여러차례 ‘하이라이트 필름’을 만들어내며 팀 수비를 지탱했다. 시즌이 끝난 뒤엔 한국인 최초로 골드글러브 후보에 올랐다. 내셔널리그에서 3번째로 수비가 좋은 유격수라는 점을 공인 받은 셈이다.
공격에서도 0.251의 타율에 11홈런 59타점 58득점 12도루 등으로 나쁘지 않은 활약을 펼쳤다. 수비에서의 공헌도가 높고 주로 하위타순에 배치됐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이 성적 역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토미 현수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 AFP=뉴스1 |
에드먼도 공수 밸런스가 뛰어난 내야수다. 지난해 153경기에서 0.265의 타율에 13홈런 57타점 95득점 32도루 등을 기록하며 활약했다.
수비에선 이미 김하성보다 먼저 인정을 받았다. 에드먼은 이미 2021년 내셔널리그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경험도 있다. 2022년에는 2루수와 유격수를 오가면서 내야를 지켰고, 시즌이 끝난 뒤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야수 부문 골드글러브 후보에 올랐다.
김하성과 에드먼, 두 명의 현직 메이저리거가 이룰 ‘키스톤 콤비’는 역대 한국 대표팀 최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순히 ‘우리 선수’에 대한 주관적인 시선도 아니다. 김하성과 에드먼은 수치 상으로도 이번 대회에 출전할 ‘키스톤 콤비’ 중 최상위급의 기록을 나타냈다.
선수의 가치를 수치화하는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WAR)를 봤을 때 지난해 김하성의 WAR은 5.1, 에드먼은 6.4(이하 베이브볼 레퍼런스 기준)였다. 둘을 합하면 11.5로 두 선수는 순수한 본인들의 힘으로 11승 정도를 해냈다는 의미가 된다.
베네수엘라 대표팀의 안드레스 히메네스(클리블랜드 가디언스). © AFP=뉴스1 |
WBC 출전 팀 중 키스톤 콤비의 WAR 합이 한국보다 높은 팀은 베네수엘라가 유일하다. 베네수엘라는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2루수 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안드레스 히메네스(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 실버슬러거를 받은 호세 알투베(휴스턴 애스트로스)가 호흡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
둘 다 지난해 포지션은 2루였지만 히메네스는 유격수도 소화가 가능하다. 히메네스의 WAR은 7.4, 알투베는 5.1로 둘의 합계는 12.5에 달한다.
선수단 전원이 빅리거인 미국은 베네수엘라, 한국 다음이었다. 트레이 터너(필라델피아 필리스)와 제프 맥닐(뉴욕 메츠)이 키스톤 콤비를 이룰 것으로 보이는데, 지난 시즌 터너의 WAR이 4.9, 맥닐이 5.7로 둘의 합은 10.6이었다.
이밖에 제레미 페냐(휴스턴 애스트로스·4.8)와 윌리 아다메스(밀워키 브루어스·4.4)가 호흡을 맞출 도미니카 공화국은 9.2였고, 프란시스코 린도어(뉴욕 메츠·5.4)와 하비에르 바에즈(디트로이트 타이거스·2.5)가 주전으로 뛸 푸에르토리코는 7.9였다.
푸에르토리코 대표팀의 프란시스코 린도어(뉴욕 메츠). © AFP=뉴스1 |
‘숙적’ 일본은 이번 대회에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와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 5명의 빅리거를 포함시켰지만 키스톤 콤비는 국내 리그 선수들로 꾸린다. 겐다 소스케(세이부 라이온스)와 야마다 데쓰토(야쿠르트 스왈로스)가 주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쟁쟁한 선수들이 숱하게 많이 나오는 가운데서도 김하성-에드먼의 키스톤 콤비는 최상위에 속할 정도로 경쟁력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이미 외신 등에서도 한국 키스톤 콤비를 주목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 닷컴’은 최근 “김하성과 토미 에드먼이 지키는 유격수-2루수 내야진은 이번 대회 최강 수비라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매체인 지지통신도 경계할 선수로 이정후(키움 히어로즈)와 함께 김하성-에드먼의 키스톤 콤비를 꼽았다.
한편 김하성과 에드먼은 현재 각자 소속팀 스프링캠프에서 훈련 중이다. 이들은 3월 초 대표팀에 합류해 본격적으로 호흡을 맞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