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반정부 체제 인사인 알렉세이 나발니에 대한 정치적 탄압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가 제95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한 가운데 러시아 측에서 이를 두고 ‘할리우드의 정치화’라고 비판했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영화를 본 적은 없지만, 나는 이 주제를 정치화하는 특정 요소가 있다고 감히 추측한다”며 “할리우드는 정치화하는 것을 낯설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영화 ‘나발니’는 지난 2020년 8월 나발니가 러시아 시베리아에서 모스크바로 향하던 비행기에서 구소련 시절 개발된 신경작용제에 중독돼 독일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과정을 다뤘다.
서방은 나발니 독금물 테러 배후로 러시아 정보당국을 지목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한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러시아의 몇 안 되는 야권 정치인이자 ‘푸틴 정적’인 나발니를 살해하려 했다는 주장이다.
크렘린궁은 테러 개입 의혹에 대해 완강히 부인했다. 그러나 나발니는 영화에서 영국 탐사보도매체 벨링캣과 함께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고위인사로 위장해 자신을 독살하려 했던 FSB 요원과 통화해 요원이 직접 사건의 실체를 털어놓게 했다.
독일에서 치료를 마친 나발니는 이듬해 1월 러시아 당국에 체포됐다. 현재는 사기·법정 모독 등의 혐의로 징역 11년 6개월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