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소유 민항기 수백 대가 서방의 제재로 기본적 유지·보수에 필요한 물자 및 기술 공급을 차단당해 안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재 러시아에서 운영 중인 민항기는 총 696대로, 이 중 77%(약 459대)는 미국의 항공기 제작사 보잉과 프랑스의 에어버스SE가 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2월 러시아 중앙은행 발표에 따르면 러시아 여객 수송량의 97%는 서방 국가가 제조한 항공기가 맡고 있다.
문제는 1년 넘게 이어진 서방권의 제재로 이 민항기들을 점검할 방법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항공기 제조·정비사는 물론이고 엔진에서 착륙 장치에 이르는 핵심 부품 공급업체들과도 연이 끊긴 상황이다. 유지에 필수적인 정기적 소프트웨어 수정과 업데이트까지 불가능해졌다.
WSJ는 러시아 민항기 중 수백 대의 상태가 한계에 달했다고 분석했다. 정기 점검이 막힌 가운데 한계에 봉착한 민항기는 올해만 수백 대 더 늘어날 조짐이다.
항공 정비 소프트웨어 전문사 ‘트러스트 플라이트 Ltd’의 칼 스티브스 최고 경영자(CEO)는 러시아의 “비행기 운항과 유지가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상 민항기 점검은 짧게는 2년, 길게는 6~10년 간격을 두고 이뤄진다. WSJ에 따르면 올해 기준 러시아의 민항기 중 총 244대, 지난 2022년 기준으로는 225대가 가 점검 시기를 맞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12월 국적기 아에로플로트 CEO는 “향후 2~6개월치 예비 부품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고 현지 매체에 답했다.
하지만 민항기를 대는 에어버스SE의 CEO는 지난 2월 “민항기 운영 방식이 다소 우려된다”며 “부품 결핍과 더불어 일부 항공기는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소식이 들려온다”고 답했다.
이어 에어버스SE 대변인은 “우리는 미국의 수출 통제 규정 및 서방의 제재를 모두 준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