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방부가 미국이 화학무기로 이용해 우크라이나에서 도발을 계획 중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미국과 러시아는 서로 화학무기 사용 주장을 탁구공처럼 주고받고 있는데 양측 모두 확실한 근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 화생방전 방어사령관 이고르 키릴로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에 대해 화학무기 사용 주장을 펼치고 있지만 이것이 도리어 본인들이 도발을 감행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키릴로프 사령관은 존 설리번 전 러시아 주재 미국대사가 “러시아군이 특수군사작전지역(우크라이나)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할 계획이다”고 말했다며 “우리는 미국과 그 공범들이 독성 화학물질을 사용해 우크라이나에서 도발을 감행하려는 의도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설리번 전 대사는 지난 22일 미국 정책연구소 우드로윌슨센터 토론에서 “시리아와 마찬가지로 (러시아가) 제한된 환경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면 놀라지 않을 것”이라며 “그들(러시아)은 시리아처럼 화학무기를 사용한 후 우크라이나를 탓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또 “우크라이나가 소규모로 화학무기를 사용했고 서방이 이를 제공했다는 러시아 측 주장이 있었다”며 “이는 완전한 조작이다”고 덧붙였다.
키릴로프 사령관은 지난 10일 우크라이나 동부 도시 크라마토르스크에 화학무기금지협약(CWC)에 금지된 ‘BZ가스’가 기차를 통해 전달됐다고 주장했다. BZ가스는 미국이 개발한 것으로 이에 노출될 경우 순식간에 환각증세와 함께 수면에 빠지게 돼 일명 ‘수면가스’로 불리기도 한다.
그러면서 키릴로프 사령관은 “러시아는 끝까지 진범을 가려내고 처벌할 것을 경고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러시아 국방부는 별다른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한편 앞서 러시아는 지난해 10월 우크라이나가 ‘더티밤'(dirty bomb)를 사용할 계획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에 따르면 ‘더티밤’이란 재래식 폭발물에 방사성 물질을 결합한 ‘방사능분산장치'(RDD)다.
더티밤이 방출하는 방사능은 폭발로부터 몇 블록 또는 몇 마일 이내로 퍼지는 반면, 핵무기의 방사능 구름은 수십에서 수백 제곱마일까지 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