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와 나는 정적이지만 서로 존중하는 사이였다. 그렇다고 지미가 내 성질을 건드린 적이 없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서로 성질을 안 건드리는 정치인이 어디 있나?”
고인이 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라이벌이자 동시의 친우였던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이 생전에 미리 써 둔 추도사가 화제가 되고 있다.
1976년 대선에서 각각 민주당과 공화당 후보였던 카터와 포드는 한때 욕설과 비난을 주고받았지만 나중에는 서로의 추도사를 먼저 써 둘 만큼 깊은 친분을 다졌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포드의 아들 스티븐은 9일(현지시간) 엄수된 카터의 장례식에서 포드가 생전에 써 놓은 카터의 추도사를 대독했다. 포드는 2006년 93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포드는 추도사에서 “아주 짧은 기간 지미 카터와 나는 라이벌이었다”며 “그러나 그 후 수년간 쌓은 우정은 존 애덤스와 토머스 제퍼슨 이후 두 명의 대통령으로서 우리를 결속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서로 소중한 친구가 되기 전까지 정적으로서도 서로를 존중했는데, 이는 공유하는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렇다고 해서 지미가 내 성질을 건드린 적이 없다는 건 아니지만, 서로 신경을 안 건드리는 정치인이 있겠느냐”고 농담했다.
포드는 1981년 안와르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의 장례식에 에어포스원을 카터와 함께 타고 참석하면서 친분을 다지게 됐다고 회고했다.
그는 “나는 카이로까지 긴 비행이 얼마나 어색할지 걱정했으나 돌아오는 길은 그리 길지 않았다”며 “지미와 내가 정치를 초월한 우정을 쌓은 곳은 대서양 건너편 어딘가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당시 두 대통령은 대통령 도서관을 건립하는 데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드는지에 대해 함께 한탄했고 이 기금을 대부분 개인적으로 모금해야 한다는 데 막막한 감정을 공유했다고 한다.
포드는 “우리는 경쟁의 열기 속에서 어느 한쪽이 다른 쪽에게 가혹한 말을 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채 가족과 신앙에 관해 이야기하고 경험을 공유하고 백악관 이후의 삶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부연했다.
그는 “정직과 진실함은 지미 카터라는 이름과 동의어”라며 “카터에게 정직은 그가 열망하는 목표가 아니라 영혼의 일부였다”며 그를 추모했다. 그러면서 마지막에는 카터를 향해 “대통령님, 이제 집으로 돌아오십시오”라며 무덤에서 보내는 편지처럼 마무리를 해 조문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