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전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SDV는 스마트폰처럼 전용 운영체제(OS) 앱을 다운 받아 각종 기능을 추가하고, 문제를 무선업데이트(OTA)를 통해 개선하는 자동차다. 자동차가 달리는 고철 덩어리에서 움직이는 스마트폰으로 바뀌는 것을 말한다.
완성차 업체들이 SDV 전환을 하는 이유는 △제조업의 한계 △구독 경제를 통한 추가 수익 창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개발 등 때문이다.
자동차 제조업은 수익률이 5% 정도만 나와도 “좋은 성적이다”고 평가할 만큼 수익성이 저조하다. 이마저도 원자재·인건비 상승으로 위태롭다. 완성차 브랜드간의 기술 격차 역시 줄어들면서 하드웨어로 수익을 보는 것은 한계에 다가서는 중이다.
반면 기존에 판매한 차량이 SDV 차량이라면 소프트웨어를 통한 지속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앱을 판매하거나, 기존에 구매한 앱을 구독 방식으로 서비스할 수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차량용 소프트웨어 시장은 2020년 169억달러에서 2025년 370억 달러로 16.9%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테슬라의 운전자 주행 보조 기능인 FSD 기능을 사용하는 모습. © 로이터=뉴스1 © News1 이형진 기자 |
◇생산 단가 낮춰 수익성 ↑…테슬라·기아 등 구독 수익 모델 이미 구축
차량 생산의 효율성도 커진다. 기존 차량 조립에서는 고객의 옵션 요구에 따라 각기 다른 부품을 장착해야 하는 소요가 발생한다.
그러나 소프트웨어로 옵션 기능을 제어하면 모든 차량에 동일한 하드웨어를 일괄 탑재할 수 있다. 옵션 기능을 키지 않은 ‘깡통차’라면 가격이 오르겠지만, 제조사 입장에서는 대량 생산을 통해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다.
이미 완성차 업체들은 ‘구독 수익 모델’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SDV의 선두주자라고 할 수 있는 테슬라는 주행보조 시스템인 완전자율주행(FSD)을 구독 서비스로 내놓았다. 최근 출시된 기아의 EV9은 ‘기아 커넥트 스토어’ 서비스에서 스마트 주차 보조 시스템과 디지털 라이트닝 그릴 패턴 등을 구독할 수 있다.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면 많은 프로세서를 활용해야 해 전력 수요가 크지만, 최근 대형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시장이 커지고 있는 점은 우려를 덜어낸다. 운전의 부담이 줄어든 자율주행 기능도 차량 내 다양한 소프트웨어 수요를 높일 것이란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의 소프트웨어 하우스 구조도(현대차그룹 제공) |
◇SDV 전환, 어디까지 왔나…현대차 “2025년까지 모든 차종 SDV 전환 목표”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SDV 전환 청사진을 밝히고 있다. 현대차는 2025년까지 모든 차종을 SDV 차종으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폭스바겐은 2020년 카리아드라는 소프트웨어 자회사를 설립해 소프트웨어 내재화율을 끌어 올린다는 계획이다.
도요타는 2025년 활용을 목표로 차량용 소프트웨어 ‘아린’을 독자 개발 중이고, BMW는 ‘노이어 클라세’라는 이름으로 디지털화 차량을 개발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올해 2월 자체 OS플랫폼(MB OS)를 공개했고, 2025년 신차부터 탑재할 예정이다. 다만 SDV 전환 과정에서 소비자 반발 가능성도 제기된다. 열선 시트, 후륜 조향 등 차량 기능을 사용하는 데 비용이 더 들어가서다.
업계는 단순 플랫폼을 제공하면서 다양한 기능을 활용하는 컴퓨터나 스마트폰과 달리 자동차는 ‘주행 및 이동’이라는 근본적인 기능이 있어 본질적으로는 차이가 있다고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불만은 피하면서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서비스들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