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기일에서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변론 진행 방식과 관련해 언급한 ‘TF(태스크포스)팀’과 ‘대본 작성’에 대한 발언이 논란되고 있다.
17일 법조계에선 문 대행의 발언이 재판부의 독립성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만약 문 대행이 말한 TF팀이 외부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인물들로 구성됐다면 대본 작성 과정에서 정치적 의도가 개입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도 나왔다.
8차 변론기일에서 문 대행은 “제 말을 자꾸 의미를 부여하지 말라”며 “이건 제가 진행하는 ‘대본’이지만 제가 쓰는 게 아니다. ‘TF팀’에서 올린 것이고, 여덟 명(헌법재판관 전원)이 다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서 내가 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천재현 헌재 공보관은 “대통령 탄핵심판이 접수된 초기에 헌법연구관으로 구성된 TF가 꾸려져 사건 심리에 대한 심의를 한다고 말한 적 있다”며 “대본이라는 것은, 재판부에서 합의한 내용을 연구부에 지시하면 그것을 토대로 절차와 관련된 초안을 만든다. 내용은 재판부 합의를 통해 언제든 변경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앞서 헌재는 지난해 12월 16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앞두고 10명 남짓의 헌법연구관이 참여하는 TF팀을 운영한다고 밝힌 바 있다. 헌재는 TF팀이 사건의 법적 쟁점을 정리하고 변론 절차를 조율하는 역할을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재판 과정에서 특정 재판관이 임의적인 발언을 하면 변호인단이 이를 문제 삼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TF팀이 사전에 준비한 대본을 토대로 진행함으로써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논란을 방지하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대통령 탄핵심판은 국가적으로 중대한 사건이므로 법정에서의 발언 하나하나가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TF팀이 신중하게 작성한 대본을 활용해 불필요한 논쟁을 최소화하려 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오히려 TF팀이 재판부의 독립성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재판관은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독립적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재판 진행 과정이 TF팀이 만든 ‘대본’에 따라 운영된다면 개별 재판관의 재량권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또한 TF팀이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누가 참여하고 있는지, TF팀이 작성한 대본이 재판부의 논의 결과를 그대로 반영한 것인지에 대한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공정성 논란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헌법학자는 “재판부의 절차적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TF팀이 존재할 수는 있지만 그 역할이 어디까지인지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며 “대본에 따라 진행하는 것이 재판관 개개인의 독립적인 판단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면 이는 헌재의 운영 방식에 대한 논란으로 번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