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완성차 업체 폭스바겐의 주력 전기차 모델 ‘ID.4’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제 혜택 대상에 추가되면서 올해 미국 전기차 시장 판도 변화에 관심이 쏠린다.
21일 완성차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폭스바겐의 전기차 ID.4를 IRA 보조금 지급 대상으로 추가했다. 미국 완성차 업체를 제외한 나머지 가운데 IRA 보조금을 받는 것은 폭스바겐이 처음이다.
폭스바겐 ID.4는 미국 테네시주 채터누가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배터리는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 SK온 제품을 탑재했다. IRA 배터리·광물 기준을 충족하면서 7500달러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파블로 디 시 폭스바겐 북미법인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전기차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는 점에서 반가운 소식”이라고 전했다.
준중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인 ID.4는 폭스바겐의 대표 전기차로 현대차(005380) 아이오닉5, 기아(000270) EV6 등과 경쟁하는 모델이다.
미국 자동차시장 분석업체 켈리블루북(KBB)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 시장에서 9758대 판매됐다. 지난해 1분기 2755대와 비교해 무려 254% 증가했다. ID.4는 1분기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의 모델Y와 모델3, 쉐보레 볼트EV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이 팔렸다.
폭스바겐그룹(포르쉐 포함)은 ID.4 판매량에 힘입어 1분기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1만5723대를 판매, 시장 점유율 6.1%로 현대차그룹(5.3%)을 제치고 3위에 올랐다.
2023년식 ID.4 가격이 약 4만5000달러이고, 아이오닉5는 약 4만3000달러, EV6은 약 5만달러다. 보조금을 받게 되면 약 6000만원인 ID.4가 1000만원 가량 저렴해지는 셈이어서 한층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된다.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뉴스1 자료사진)© 뉴스1 |
경쟁 차종들의 보조금 수혜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미국 전기차 판매 전략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 주목된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1분기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각각 7592대, 6242대 판매했다. 1년 전과 비교해 26.3%, 30.8% 감소했다. 현대차 아이오닉5(-8.1%)와 기아 EV6(-35.8%) 및 니로(-23.8%) 등 주력 모델 모두 부진했다.
IRA 수혜 기대감이 컸던 현대차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이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것도 부담이다. GV70 전동화 모델은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하지만, SK온의 배터리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보조금을 전혀 받지 못하게 됐다.
업계는 경쟁 모델의 IRA 보조금 지급과 GV70 전동화 모델 제외 등이 현대차·기아의 인센티브 전략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봤다.
현대차와 기아의 4월 미국 평균 판매 가격(ASP)은 각각 3만4808달러, 3만4267달러로 권장소비자가격(MSRP)보다 164달러, 873달러 높게 형성돼 있다. 수익성 확보를 위한 ‘제값받기 전략’이다. 반면 경쟁사인 GM 쉐보레(-843달러), 포드(-711달러), 도요타(479달러), 폭스바겐(-780달러) 등은 판매가격이 소비자가격보다 많게는 843달러 저렴하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전기차 시장이 커지고 주요 브랜드의 전기차 라인업도 확대되는 등 소비자 선택지가 늘어난 상황에서 현대차·기아의 보조금 제외는 판매량에 타격을 줄 수 있다”며 “테슬라처럼 직접 가격을 인하하는 것보다 딜러 인센티브 확대로 돌파구를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대차그룹은 현재로선 IRA 보조금 제외에 따른 전략 변화는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지 생산을 최대한 앞당기고, 리스와 렌털 등 상업용 전기차 시장에서 판매 확대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