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동맹 현대화’를 지렛대로 이재명 정부의 ‘자주 국방’ 정책이 속도를 높이고 있다. 국방비 증액을 통한 전력 증강과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핵추진 잠수함 도입 등에 한미 간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이를 문서화한 팩트시트(설명자료)와 한미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이 조만간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5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피트 헤그세스 미 전쟁부 장관을 접견하고 전작권 전환과 핵추진 잠수함 도입 등 한미 동맹 현대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임기 내 전작권 조기 회복은 한미동맹이 한 단계 더 심화하고 발전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우리 군의 역량이 크게 강화해 한반도 방어를 한국이 주도하게 되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방위 부담도 경감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사의를 표하며 “핵추진 잠수함 확보는 한반도 방위 주도를 위한 우리 군의 역량을 크게 향상하고 한미 동맹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국방비 증액으로 전력을 강화하고 궁극적으로 전작권까지 전환하는 것은 이재명 정부의 ‘자주국방’ 정책의 핵심 내용이다. 과거 정부에서도 전작권 전환 노력은 지속돼 왔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국의 방위비 분담을 늘리는 ‘동맹 현대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속도가 붙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이 ‘임기 내 전환’을 언급한 것은 미국의 강력한 지지가 뒷받침 되고 있기 때문으로 읽힌다.
전작권 전환은 △최초작전운용능력(IOC) 검증 △완전운용능력(FOC) 검증 △완전임무수행능력(FMC) 검증 등 3단계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현재 진행 중인 FOC 검증을 내년 중 마무리 할 거란 관측에도 힘이 실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작권 전환은 미국이 더 원하고 있다”며 “국방비 증액과 무기 구매도 사실상 이전에 (한미 간) 얘기가 끝난 것이고 패키지로 묶어 추진하는 것이다. 양국 간 잠정 합의가 끝났고 발표 시점만 조율 중”이라고 전했다.
우리나라는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현 2.3%에서 3.5%까지 증액하고 미국산 무기를 구매하는 등 전력 강화 방안을 미국과 합의한 상태다. 아울러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원자력협정 개정과 핵추진 재래식 잠수함 도입도 가시화하고 있다.
국방부는 전날 국무회의에서 핵추진 잠수함 도입과 관련해 “미국 측과의 협의를 통해 원자력 잠수함용 연료를 확보하고, 2020년대 후반 건조 단계에 진입하면, 2030년대 중후반에는 선도함 진수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한미 양국은 이번주 중 이같은 내용을 담은 안보 분야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를 발표할 예정이다. 안보 분야 협상은 종료됐고 발표 시점만 조율 중이라고 한다. 다만 핵추진 잠수함 도입은 ‘포괄적 협력’ 같은 큰 틀의 문구만 들어가고 건조 장소 등 세부 내용은 계속해서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팩트시트 발표에 맞춰 SCM 공동성명도 나올 예정이다.
한편 이 대통령은 전날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북한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1.4배에 달하는 국방비를 사용하고, 전 세계 5위의 군사력으로 평가받는 우리 대한민국이 국방을 외부에 의존한다는 것은 우리 국민의 자존심 문제 아니겠냐”며 “재래식 무기 체계를 AI 시대에 걸맞은 최첨단 무기 체계로 개편하고, 우리 군을 최정예 스마트 강군으로 신속히 전환해 우리의 염원인 자주국방을 확실하게 실현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