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완공된 미국 조지아주(州) 원자력발전소가 31일(현지시간) 전력 생산을 공식 시작했다. 미국에선 스리마일 원전사고 이후 33년만에 처음으로 착공된 상업용 원전이 각종 사업 중단 위기를 극복하고 본격 가동에 들어간 것으로 미 원전 산업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AFP 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전력회사 조지아파워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날 조지아주 남동부 웨인즈보로에 있는 보글(Vogtle) 원전 3호기가 상업 운전을 개시했다고 발표했다. 보글 3호기 전력 생산량은 1100㎿로 조지아는 물론 인근 플로리다주와 앨라배마주 내 약 5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현재 건설 중인 보글 4호기가 오는 2024년 3월 가동에 들어가면 보글은 미 최대 규모의 청정에너지 발전소로 등극한다. 킴 그린 조지아파워 최고경영자(CEO)는 “새 발전소는 청정에너지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를 의미한다”며 “향후 60~80년 동안 배기가스 배출이 없는 안정적인 에너지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보글 3·4호기는 지난 2008년 미국 정부가 원전을 탄소 배출이 없고 안정적인 전력원으로 재평가하면서 처음 구상됐다. 이후 83억달러 규모의 대출보증에 나선 버락 오바마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건설 추진이 확정됐다. 2012년 보글이 미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착공 허가를 받자 스티븐 추 당시 에너지부 장관이 현장을 찾아 “미 원전 산업의 부활은 (스리마일 사고 이후)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신규 원전 건설이 승인된 이곳 조지아에서 시작됐다”고 자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보글은 착공 이후 건설 비용이 3호기 기준 당초 140억달러에서 350억달러로 두배 이상 급증했다. 투자자였던 웨스팅하우스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비용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2017년 파산 신청을 한 뒤 건설 프로젝트에서 철수했다.
우여곡절 끝에 가동을 시작한 만큼 미국 원전 산업계가 보글 3호기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미 원전무역협회인 원자력에너지연구소(NEI)의 존 코텍 정책·공보관은 FT에 “보글 경험이 처음에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 진행될 수많은 원전 프로젝트에 도움이 되는 많은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보글 이외에 다른 전통적인 방식의 원전 건설은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1990년 이후 미국에서 가동을 시작한 원전은 각각 1996년과 2016년 완공돼 운전을 시작한 테네시주의 와츠바 1호기와 2호기, 보글 3호기 등 총 3기에 불과하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서머 원전 2기는 이미 90억달러가 투입됐지만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 2017년 건설이 중단됐다.
지난 1979년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섬에서 냉각장치가 파열돼 노심융용이 발생한 악몽이 미국 사회에 남아있는 게 대규모 재래식 건설을 주저하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와츠바 1·2호기가 1973년 착공됐음에도 완공까지 20년 넘게 걸린 이유도 중간에 스리마일 사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투자자들의 관심은 안전하고 경제적이라고 평가되는 소형모듈원자로(SMR)와 같은 차세대 원전으로 옮겨 갔다.
미국 에너지경제 재무분석연구소(IEEFA) 소속 데이비드 슐리셀 연구원은 “미국 원전산업이 부활한 유일한 이유는 연방정부가 원전에 수백억달러를 쏟아 부었기 때문”이라면서 “투자자들은 재래식 원전에 관심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