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부를 중심으로 수년간 이어졌던 전기차(EV) 공장 투자 붐이 급격히 식으면서, 지역 제조업과 일자리의 향방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CNBC 보도에 따르면, 자동차·배터리 업체들은 2000년대 초부터 2024년까지 미국 내 전기차 및 배터리 제조에 2,0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이 가운데 약 40%가 미국 남동부에 집중됐으며, 배터리 투자의 84%, 전기차 제조 투자의 62%가 공화당 주도 지역에 배치됐다. 당초 20만 개가 넘는 일자리 창출이 기대됐다.
그러나 연방 전기차 인센티브가 축소되고 판매가 기대에 못 미치면서, 다수 기업이 전기차 계획을 취소하거나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업계는 전기차 판매 비중 전망이 2030년 50%에서 17% 수준으로 크게 낮아졌다고 본다.
조지아주 엘라벨에 건설된 현대자동차그룹의 메타플랜트는 대표적 사례다. 2022년 발표된 126억 달러 규모의 이 공장은 조지아 역사상 최대 투자로, 2031년까지 직접 고용 8,500명과 협력사 6,900명을 목표로 했다. 올해 1월 기준 채용 인원은 약 1,440명이다.
당초 순수 전기차 전용으로 설계됐으나, 전기차 세액공제 종료 이후 현대차는 27억 달러를 추가 투자해 연간 50만 대 생산 체제를 구축하고, 전기차와 하이브리드를 혼합 생산하는 전략으로 전환했다. 판매 구성은 전기차 30%, 하이브리드·가솔린 70%를 예상하고 있다.
투자 손실도 가시화되고 있다. 헤이그 파트너스는 미국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투자와 관련해 최소 1,000억 달러의 손상차손을 기록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포드는 전기차 부문에서 195억 달러, 제너럴 모터스는 76억 달러의 손실을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글로벌 업체들도 유사한 손실을 경고했다.
부품업계도 조정 국면이다. 보쉬는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의 전기모터 투자를 축소하고, 인력을 내연기관·안전부품 부문으로 재배치했다. 회사 측은 “설비는 준비돼 있으나, 현재 수요로는 감가상각을 상쇄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남부는 반세기 넘게 자동차 제조 허브였지만, 전기차 전환 속도가 둔화되며 투자 회수와 고용 유지가 핵심 과제가 됐다”며 “유연한 생산체계가 향후 생존의 관건”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