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연방정부 부채한도 상향 합의안이 의회를 통과한 데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며 오는 3일 법안에 서명하겠다고 약속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저녁 백악관 집무실에서 대국민 연설을 갖고 “누구도 원하는 모든 것을 얻지 못했지만, 미국 국민만큼은 필요한 것을 얻어냈다”며 “우리는 경제 위기, 경제 붕괴를 피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예산안 통과는 매우 중요했다. 예산안 합의에 실패했다면 247년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이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마저 나왔다”며 “이보다 더 무책임한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디폴트가 실제 발생했다면 “미국인 수백만명의 은퇴계좌가 고갈되고 800만명의 미국인이 일자리를 잃고 세계에서 가장 믿을 수 있다는 미국의 금융 위상은 산산조각이 났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민주주의가 작동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타협과 합의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며 “대통령으로서 필요한 분야에서 초당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백악관과 부채한도 상향을 두고 협상에 임한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에 대해 “찬사를 보내고 싶다”며 “나와 매카시 하원의장을 비롯한 협상팀 모두 서로를 존중했고 양측은 약속을 지켰다”고 치켜세웠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초당적 협력이 어렵다는 것을 알지만 지금과 같이 미국과 세계 경제가 붕괴할 위험에 처한 순간에는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에 (협력을 위한) 노력을 멈춰서는 안 된다”며 “정치가 아무리 어려워지더라도 서로를 적이 아닌 동료 미국인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은 약 13분 동안 방송을 통해 미 전역에 생중계됐다. CNN 방송은 미 대통령의 백악관 집무실 연설은 통상 9.11테러나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 사고 등 위기 상황에서 이뤄졌지만 이번 연설은 위기를 넘기고 진행돼 이례적이었다고 전했다.
전날 상원을 통과한 ‘2023 재무책임법’은 오는 2025년 1월까지 미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적용을 유예하는 대신 내년도 예산안에서 국방·보훈 분야를 제외한 연방정부의 재량 지출을 올해 수준으로 유지하고 저소득층 식품 보조 프로그램 수급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 재무부는 오는 5일까지 부채한도를 인상하지 않으면 사상 초유의 국가 디폴트 사태에 빠진다고 경고했다. 이마저도 당초 마감 시한(데드라인)에서 나흘이나 연장한 것이다.
매카시 하원의장과 공화당은 정부지출 대폭 삭감을 요구한 반면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사회복지 프로그램 등 특정 부문의 지출 삭감에 대해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히면서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그러나 지난달 31일 하원에 이어 지난 1일 상원에서도 합의안을 가결하면서 미국의 국가부도 위기는 종료됐다. 현재 법안은 최종 발효까지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 절차만을 남겨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