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데 대해 “잔인함으로 가득 찬 군사작전으로 인해 유대인들은 (독일 나치의) 홀로코스트 이래 가장 치명적인 하루를 보냈다”며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가디언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유대인 지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랫동안 이 일을 해왔지만, 테러범들이 어린이들을 참수하는 사진을 확인할 줄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침묵은 곧 공모”라며 “침묵을 거부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교전 상황을 논의했으며 미국이 이스라엘에 대한 추가 군사 지원을 대폭 늘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 민간인들이 인질로 납치된 데 대해선 “모든 측면에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여러분 앞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말하는 구상은 기괴하다”며 즉답을 회피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정부 관계자들은 WSJ에 “이스라엘군이 발표한 내용을 언급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전날 이스라엘 방위군은 하마스 근거지인 가자지구 인근의 ‘크파르 아자’ 키부츠(집단농장)에서 군인들이 참수당한 영유아 시신을 무더기로 발견했다고 밝혔다. 시신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현지 매체들은 현장에 파견된 군 지휘관의 증언을 인용해 최소 40여개구가 들것에 실려 나갔다고 보도했다.
하마스는 지난 7일 가자지구 철책을 뚫고 나와 민간인을 납치·학살하고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 등지에 대규모 로켓 공격을 감행했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상대로 대대적인 공습에 나선 데 이어 지상병력 투입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이날까지 닷새째 계속된 양측의 교전으로 사망자수는 2300명을 넘어섰다.
미 국무부는 하마스의 공격으로 이날까지 최소 22명의 자국민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하마스의 공격 개시일인 7일에 이어 전날 두번쨰 대국민 연설을 갖고 하마스를 ‘순수 악’으로 규정한 뒤 필요시 이스라엘에 대한 추가 군사 자산을 투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탈리아에 있던 미군 핵추진 항공모함인 제럴드 R 포드함은 이날 이스라엘 인근 지중해 동부 해역에 작전 배치가 완료됐다. 같은 날 백악관은 이달 말 지중해에 도착하는 또 다른 핵추진 항모인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호를 이스라엘 지원을 위해 추가 전개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현실화될 경우 미 항모 전단 2개가 중동 지역에 동시에 투입되는 건 3년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