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주 전쟁기념사업회장이 지난 16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사업회 접견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3.6.17/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
백승주 전쟁기념사업회장이 전쟁의 비극을 제대로 알리지 못하는 전쟁기념관은 존재 이유 없다며 북한의 무력침략으로 발발한 한국전쟁(6·25전쟁)에 관한 기념관 내 전시공간을 이르면 연내 확대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백 회장은 지난 16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사업회 접견실에서 진행한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6·25전쟁은 “김일성 집단이 스탈린의 사주를 받아 일으킨 침략전쟁”이라며 “우리 입장에선 대한민국을 구한 전쟁이지만, 세계사적으론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지킨 전쟁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회는 6·25전쟁의 교훈을 찾기 위해 만들어졌다”며 “전쟁이 왜 일어났는가, 어떻게 전쟁을 막아야 하는가 등을 전시공간을 통해 알도록 하고, 이를 통해 전쟁기념관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직·간접적으로 전쟁의 비극과 교훈을 느끼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시기였던 지난 2018년 전쟁기념관 내 ‘북한의 도발’ 존(zone)이 ‘북한의 군사도발과 대응’ 진열장으로 교체되면서 실물 전시 공간은 축소되고 관련 정보는 디지털 키오스크에 탑재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는 당시 남북정상회담 개최 등 남북한 간의 대화 분위기를 고려한 조치로 해석됐으나, 2019년 10월 북한은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재차 핵·미사일 기술 고도화에 나섰다.
그리고 작년 한 해 동안에만 8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 총 70여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전례 없이 높은 빈도의 무력도발을 벌였다.
백승주 전쟁기념사업회장. 2023.6.17/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
이런 가운데 전쟁기념관은 작년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북한 도발관’을 다시 확대 개편하기로 결정했다.
백 회장은 “‘종전선언’ 같은 종이 쪼가리로는 전쟁을 멈출 수 없다. 전쟁을 막으려면 도발하려는 사람들의 의욕·의지·생각을 멈추게 하고, 도발해도 목표를 달성할 수 없고 결국 망한단 생각을 갖게 해야 한다”며 “힘이 있어야 전쟁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백 회장은 지난 1990년부터 한국국방연구원(KIDA)에서 23년간 몸담으며 안보전략연구센터장 등을 역임한 데다 제40대 국방부 차관, 제20대 국회의원(국회 국방위원) 등을 지낸 안보 전문가다.
백 회장은 올 4월18일엔 제12대 전쟁기념사업회장에 취임해 전쟁기념관장을 겸직하고 있다.
그는 “전쟁의 교훈을 찾아 전쟁을 예방한다는 ‘전쟁기념사업회법’ 목적에 맞춰 사업회를 운영해야 한다”며 “정치적 목적에 따라 전쟁기념사업이 왔다 갔다 해선 절대로 안 된다”고 말했다.
백 회장은 ‘공공외교’와 ‘K방산’ 육성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그는 전쟁기념사업회장 취임 후 약 2개월 동안 총 29차례에 걸쳐 외국 인사를 접견했다. 이달 15일엔 폴 러캐머라 한미연합군사령관 겸 주한미군·유엔군사령관(육군 대장)이 사업회를 방문하기도 했다.
백승주 전쟁기념사업회장. 2023.6.17/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
백 회장은 “외국 인사들은 6·25전쟁 때 희생된 자국 병사들에 대한 추모시설을 정성스럽게 관리하는 사업회의 모습을 보고 감사해 한다”며 “외국 인사들이 우호적 입장에서 우리나라와의 현안을 다룰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돕는 게 ‘공공외교’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최근 ‘K방산의 큰손’으로 불리는 폴란드의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부총리 겸 국방장관이 이달 6일 전쟁기념관을 방문했을 땐 ‘한국산 FA-50 경공격기를 구매’ 언급에 “잘 선택했다. 그런데 더 좋은 것도 있다”며 세일즈도 했다고 한다.
그는 “전쟁기념관이 서울의 중심이고 대통령실, 국방부, 합동참모본부와 가깝기 때문에 국방·외교·방산 부문의 중요한 외국 인사들이 많이 온다”먀 “(6·25참전국 등) 해당 국가들에 대해 우리나라의 감사를 표하고 대화도 나누며 각종 현안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 회장은 올해 초 전쟁기념관 내 6·25전쟁 전사자 기념비 명단에 오류가 있단 지적이 제기된 데 관련해선 전수조사를 통해 “지속적으로 끈질기게 한 치 오차도 없게” 고쳐가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전쟁기념관은 지난 2월 미 국방부에 미군 전사자 명단을 재조사하고, 그 결과를 국가보훈부에 통보해줄 것을 의뢰했다. 미 국방부의 조사엔 1~2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전해졌다.
또 기념관은 우리 군 전사자와 관련해선 2020년 명단을 바탕으로 현재 명비에 새겨져 있는 이름의 오류 여부를 전수 조사하기로 했다. 기념관은 그 결과에 따라 전사자 명비 수정새김, 추가새김 등 작업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