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한 대해 백악관이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28일 뉴욕증시에 따르면 백악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관세를 25%로 다시 인상하겠다고 밝힌 것은 한국이 관세 인하의 대가로 합의한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백악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관세를 인상한다고 자신의 소셜 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의에 “단순한 현실은 한국이 더 낮은 관세를 확보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와 (무역) 합의에 도달했다는 것”이라며 이같이 답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한미 간 무역 합의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대한 관세를 인하했지만, 한국은 그 대가로 자신들이 하기로 한 약속(end of the bargain)을 이행하는 데 있어 아무런 진전도 이루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 등에 대한 품목별 관세와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국가별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가로 한국이 3500억달러(약 505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하기로 약속했는데, 이 투자를 위한 대미투자특별법이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은 점을 지목한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 무역 합의 이행 절차 지연을 이유로 한국산 자동차·의약품 등에 대한 관세를 15%에서 25%로 10%포인트 인상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하원 공화당 법사위원회(위원장 짐 조던 공화당 의원)가 27일 X(옛 트위터) 공식 계정에서 이와 관련해 “쿠팡과 같은 미국 기업을 부당하게 표적으로(unfairly target) 삼으면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했다. 트럼프가 별개 사안이 아닌 무역 합의의 진척도를 문제 삼아 기존 합의를 뒤집은 것은 한국 사례가 처음인데, 정확한 배경이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집권당인 공화당이 이 문제를 이유 중 하나로 정면 거론한 것이다. 트럼프 정부와 의회는 자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외국 정부 규제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최근 미국에서는 쿠팡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강경 대응, 우리 국회가 통과시킨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트럼프 정부 2기와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에서 상당한 지분을 들고 있는 실리콘밸리 출신 인사들이 이런 흐름에 앞장섰는데, 이들의 후원을 받는 J D 밴스 부통령이 지난 23일 김민석 국무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쿠팡 문제를 콕 집어 질의하며 “한미 관계에 오해가 없도록 관리해달라”는 당부의 말을 했다고 한다. 국무부는 정보통신망법을 ‘검열 법안’이라 표현하며 비판했고, 데이비드 색스 백악관 ‘인공지능(AI)·가상화폐 차르와 조 론스데일 팰런티어 창업자도 비슷한 목소리를 냈다. 지난 13일엔 미국 기업이 디지털 법과 정책에서 차별 받지 않을 것을 명시한 팩트시트(fact sheet) 이행을 촉구하는 서한이 제임스 헬러 주한 미국대사대리 명의로 우리 정부에 전달됐다.
우리 정부는 ‘잠수함 세일즈’를 위해 캐나다를 방문 중인 김정관 산업부 장관이 조만간 미국을 방문해 카운터 파트인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만나 배경을 알아볼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구윤철 경제부 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국회 기재위 위원들을 만나 “왜 이런 상황이 일어났는지 전혀 모른다”며 주말쯤에야 진상 파악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럴때야 말로 이재명 정부가 개설했다고 밝힌 한미 간 ‘핫라인(hotline)’이 가동되어야 한다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1987년 이후 국무총리로는 처음 워싱턴 DC를 방문한 김 총리는 지난 23일 특파원 간담회에서 “밴스가 전화번호를 알려졌다”며 밴스와 핫라인을 개설했다고 했고,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역시 지난해 8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실세’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과 만나 추후 비서실장 간 채널을 통해 계속 소통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백악관 관계자는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관세 인상의 시기 등에 대해선 답변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루스소셜에서 “한국 입법부가 한국과 미국과의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난 한국에 대해 자동차, 목재, 의약품에 대한 관세와 기타 모든 상호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한국의 대미투자특별법은 지난해 11월 13일 양국 정상 간 안보·무역 분야 합의 내용을 정리한 공동 팩트시트가 발표된 이후인 같은달 26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의해 발의됐다. 이에 미국은 지난해 12월 4일 관보 게재와 함께 자동차 관세를 15%로 소급(11월1일자) 인하했는데, 한국 국회에선 아직 법안이 통과되지 않은 상태다.
이와 함께 미 연방 하원 법사위원회의 공화당 측은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올린 게시물에서 대한국 관세 인상을 알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SNS글을 공유하며 “이것은 쿠팡과 같은 미국 기업들을 부당하게 겨냥할 때 발생하는 일”이라고 썼다. 한국 국민 개인정보 대량 유출 사태에 대해 쿠팡의 책임을 물으려는 한국 정부와 국회의 움직임을 ‘부당한 처사’로 규정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발표와 연결지은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