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경기를 치르는 장기 레이스와 2~4승이 필요한 단기전은 전혀 다른 무대다. 메이저리그(MLB) ‘100승’ 팀들이 가을야구에서 맥 빠진 경기력을 펼치며 줄줄이 탈락하고 있다.
LA 다저스가 12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체이스 필드에서 열린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3차전에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2-4로 졌다.
선발 투수 랜스 린이 3회말 애리조나 타자 4명에게 1점 홈런 4방을 잇따라 허용,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역사상 최초 한 이닝 4홈런 기록의 희생양이 됐다.
포스트시즌 들어 파괴력이 떨어진 다저스 타선은 4점 차 열세를 뒤집을 힘이 없었다. 공격의 핵인 무키 베츠와 프레디 프리먼은 이날도 침묵했고, 다저스 선수단은 결국 고개를 떨궜다.
정규리그에서 100승(62패)을 올렸던 다저스는 디비전시리즈에 직행했지만, 포스트시즌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조기 탈락했다.
단기전에는 선발진의 역할이 큰데 다저스에는 확실한 1선발이 없었다. 클레이튼 커쇼(⅓이닝 6실점)와 바비 밀러(1⅔이닝 3실점), 린(2⅔이닝 4실점) 등 3명의 선발 투수 모두 긴 이닝을 버티지 못했다.
다저스가 포스트시즌에서 1승도 못 하고 탈락한 것은 2006년 이후 무려 17년 만이다. 2013년부터 꾸준하게 포스트시즌에 진출, 내셔널리그의 강호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한 뒤 이토록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것도 처음이다.
아메리칸리그 승률 1위(101승61패)인 볼티모어 오리올스 역시 지난 11일 짐을 쌌다. 볼티모어는 텍사스 레인저스를 상대로 두 번의 접전 끝에 3연패를 당하며 가을야구를 일찍 마쳤다.
ESPN에 따르면, 100승 이상을 올린 두 팀이 포스트시즌에서 전패로 탈락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현재 유일하게 생존한 100승 팀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다. 정규리그에서 104승(58패)을 기록한 애틀랜타는 메이저리그 최고 승률 팀이기도 하다.
그러나 애틀랜타 역시 볼티모어, 다저스처럼 디비전시리즈에서 탈락할 위기에 처했다. 애틀랜타는 12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디비전시리즈 3차전에서 홈런 6개를 얻어맞고 2-10으로 완패했다. 1승2패가 된 애틀랜타는 앞으로 한 번만 더 지면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이 좌절된다.
만약 필라델피아가 애틀랜타를 꺾고 디비전시리즈를 통과한다면, 100승 팀이 포스트시즌 첫 관문에서 전멸하는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