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공화당을 향해 “혼란과 재앙의 정당이 되기로 작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11·8 중간선거 이후 하원 다수를 점한 공화당이 디폴트 우려에도 국가부채한도 상향을 막아서며 정부·여당에 협상을 시도하자 비판한 것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메시지를 분명히 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버지니아주 스프링필드 파이프시설공(steamfitters) 노조회관을 찾아 “공화당은 미국 경제에 위험하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이날 연설은 바이든 대통령이 새해 들어 첫 경제 관련해 한 연설이기도 하다.
앞서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미국이 현재 31조 4000억 달러의 법정 부채 한도에 도달했다”며 “6월 초까지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막을 특별현금관리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부채한도를 상향하려면 공화당의 협조가 필요하다. 지난 11·8 중간선거로 하원 다수당 지위가 공화당에 넘어갔기 때문이다.
공화당은 정부의 지출 삭감을 조건으로 내걸며 쉽사리 응해주지 않을 조짐이다. 공화당은 바이든 정부의 ‘고령층 사회보장·메디케어 및 은퇴, 의료 등 분야 지출정책’ 예산 대규모 삭감을 벼르고 있다.
백악관은 처음부터 부채한도 상향에 공화당과의 협상은 없다고 못 박았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주 기자들에게 “조건 없이 해야 할 일이지 협상은 없다. 반드시 이뤄져야 할 일”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지출삭감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한도상향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 그는 이날도 “재정을 잘 관리하려면 정부의 무책임한 지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케빈 매카시 미국 새 하원의장이 지난 7일(현지시간) 워싱턴 의사당에서 5일에 걸쳐 15차례 투표 끝에 당선된 뒤 선서를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바이든 대통령은 매카시 의장의 입장이 “놀라울 정도”라고 비판했다. 그는 “어느 누구도 미국의 두터운 믿음과 신용을 협상 카드로 사용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며 “미국은 빚을 갚는 나라”라고 말했다.
어차피 부채한도 상향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지만, 대립이 길어질 경우 정부여당은 ‘공화당이 발목을 잡는다’며, 공화당은 ‘정부여당이 협상을 거부하고 고집부린다’며 공세를 주고받는 모양새가 될 전망이다.
이에 이날 연설도 내년 재선 도전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이 공화당과 대립각을 뚜렷이 하는 메시지를 낸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분석했다. 이날 연설이 이뤄진 버지니아는 민주당의 오랜 ‘텃밭’이지만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표를 줬다.
바이든 대통령은 노조원들을 상대로 한 이날 연설에서 인플레이션 완화로 작년 4분기 경제가 연율로 2.9% 성장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취임 초 팬데믹이 맹위를 떨치고 경제가 휘청거렸지만 △초당적 인프라법 △반도체 등 첨단 제조 부문 국내 투자 촉진 △신산업 창출 연구개발 가속화 등 조치로 진전을 이뤘다”고 자찬했다.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공화당 표가 늘고 있는 자신의 고향 펜실베이니아 스크랜턴 같은 곳을 찾아 “고임금 제조업 일자리를 가져오겠다”며 노동자층 유권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NYT는 부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스프링필드에서 열린 스팀피터스 로컬 602 행사서 새해 첫 경제 관련 연설을 하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공화당은 최근 바이든 대통령과 가족, 측근을 둘러싼 조사를 개시, 또 다른 공세를 펼치기 시작했다.
지난해 터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기밀문건 유출 파문에 이어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도 비슷한 스캔들에 휘말리더니, 이번엔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 시절 기밀 문건을 유출했다는 혐의를 받으며 대선을 앞둔 미 정치권이 진흙탕 싸움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