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뮤지컬의 심장 브로드웨이에서 39년간 사랑받던 한 샌드위치 집이 문을 닫자 가게 주인 부부를 위한 성대한 은퇴식이 열렸다.
미국 CBS 및 FOX5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웨스트 44번가에 위치한 샌드위치 가게 ‘스타라이트 델리’는 지난달 28일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았다.
이곳의 주인은 1981년 미국으로 건너와 1984년 가게 문을 연 후로 39년간 매일 14시간씩 같은 자리를 지켜온 김민 씨(71).
현지 매체는 김씨의 성실함과 맛있는 음식, 그리고 넓은 마음씨가 긴 시간 고객들에게 사랑받은 비결이라고 보도했다. 한 고객은 김씨를 “이웃집 사는 아저씨 같은 분”이라고 표현하며 아쉬움에 울먹였다.
가게의 인기 메뉴는 치킨커틀릿이 들어간 샌드위치. 신선한 닭고기 패티와 야채들이 꽉 들어찬 든든한 한 끼다. 한 손님은 “수프가 매우 그리울 것”이라고 말했다.
브로드웨이의 별들도 이곳을 즐겨 찾았다. 뮤지컬 알라딘에서 지니를 연기한 제임스 먼로 이글하트, 브라이언 마틴, 버나뎃 피터스 등이 이곳을 다녀갔다.
하지만 쟁쟁한 스타들 가운데서도 김씨가 가장 좋아하는 손님은 뮤지컬 스태프들이었다. ‘대형 스타도 이곳을 방문했냐’는 FOX5 기자에게 김씨는 “모든 손님이 나에게는 빅스타”라고 답했다.
김씨는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로 ‘코러스 라인’ ‘팬텀’ ‘시카고’ ‘라이온 킹’ 등을 뽑았다.
연극 프로덕션의 매니저로 활동하는 닉 포레로씨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미스터 민은 이 업계에서 완전히 전설적인 존재”라고 치켜세웠다. 이 거리에서 김씨는 ‘미스터 엠'(Mr. M)으로 통했다.
하지만 전설적인 미스터 엠도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를 피해 가기는 어려웠다. 극장가가 좀처럼 문을 열 수 없었던 지난 2년 간, 상권도 얼어붙은 까닭이다.
김씨는 “코로나 때는 정말 정말 안 좋았다”고 회상했다. 김씨는 임대료 상승과 70대를 넘은 나이 때문에 은퇴를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28일 영업 마지막 날 브로드 웨이 식구들에게 은퇴 선물을 받고 있는 김민씨(71). (출처 : 인스타그램 @prestonmui) |
영업 마지막 날, 가게 앞에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한데 모여 노래를 부르고 김민 씨 부부에게 트로피를 건넸다. ‘은퇴 선물’로는 300명 이상이 모금한 1만7839달러(약 2400만 원)와 브로드웨이 단골들이 사인한 액자가 전달됐다.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며 김씨는 “내 인생에 이런 순간이 찾아올 줄은 몰랐다. 절대로 지금 이 순간을 잊지 않겠다”고 오른손을 번쩍 들며 화답했다.
인생 2막을 맞은 김씨 부부는 앞으로 장성한 세 자녀와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계획이다.